‘데프트’ 김혁규 “롤드컵 우승 후 반작용...비행기서 만난 팬 보고 마음 다잡았죠” [LCK]

문대찬 2023. 6. 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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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러스 기아의 '데프트' 김혁규.   사진=차종관 기자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10여년간 정진한 ‘데프트’ 김혁규가 이제는 팬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라스트 댄스’를 춘다. 

김혁규의 소속팀 디플러스 기아(디플 기아)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정규리그 한화생명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승리했다. 2연패를 탈출한 디플 기아는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디플 기아는 강력한 상체의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김혁규의 고군분투와 캐리력에 의존했던 지난 연패 과정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 쿠키뉴스와 만난 김혁규는 “1세트가 되게 중요했다. 패치가 바뀌었고 ‘유미’의 티어가 내려갔다고 생각해서 아예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제리-유미’가 나와서 고민이 많았다. ‘드레이븐’을 했지만 바텀 구도가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애쉬’가 미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줬고 허수(쇼메이커)가 슈퍼플레이를 해줘 많이 고마웠다”고 웃었다. 

그는 “건부(캐니언)가 아이번을 되게 잘한다고 느껴서 오늘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조합이 이에 맞게 짜져서 되게 잘해줬다”며 김건부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혁규는 이날 밴픽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경기력으로 이를 극복한 것에 만족을 표했다.

그는 “유미는 사실 거의 배제가 돼 있었다. 순간적으로 대처를 잘 했어야 했는데 잘 하지 못했다”면서도 “이전에는 밴픽에서 잘 안 됐을 때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되게 잘 극복했다. 인게임에서 충분히 역전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김혁규는 연패 요인이 경기력에 있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인게임적인 문제보다는 밴픽적으로 정리가 잘 안 돼 있었다. 우리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조합들을 많이 해 봐야겠다고 얘기를 나눴다. 돌아보니 단순하게 밴픽을 바꿔서 플레이하면 우리가 이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전했다. 그는 문제점이 단순해 플랜을 수정하기가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김혁규는 올 시즌 팀 내에서 눈에 띄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내 최고령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이다. 그러나 김혁규는 “기량은 사실 이전과 비슷하다. 진 경기들에서 내가 밴픽적으로나 인게임에서 큰 실수를 했던 적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28일부로 만 나이가 적용돼 나이가 어려진 것이 경기력이 더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농담에는 “만 나이가 돼도 직접적으로 바뀌는 건 하나도 없지 않나. 군대를 조금 더 늦게 간다거나 그런 게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되게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혁규는 지난해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디플 기아로 적을 옮겨 스프링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최종 5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혁규는 플레이오프 탈락 당시 기자회견에서 “게임에 내가 몰입을 못했던 것 같다”며 자책한 바 있다.

김혁규는 당시 발언에 대해 “연습량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존에는 눈 뜨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항상 롤 생각만 하고 그랬을 텐데, 롤드컵 우승을 한 뒤 무언가 반작용이 왔던 것 같다”며 “그러면 안 되는데 큰 성취를 이루고 난 직후이다 보니, 마인드가 안일해주고 작은 성취들에서 성취감을 잘 못 느꼈다. 자연스레 롤에 몰입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계속 나아지는 과정에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시즌 다른 팀들 대회를 보면서 많이 자극을 받았다. 또 여행을 다니면서 나를 알아봐 주시고, 응원하는 팬분들을 만나면서 우연히 자극을 받는 계기들이 많았다”면서 일화 하나를 전하기도 했다.

“일본에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날이 LCK 결승 날이었다. 비행기에선 인터넷이 잘 안되지 않나.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는데 앞자리에 앉은 분이 휴대폰으로 결승전을 보고 계시더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기를 보실 정도로, 내가 하는 일을 저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랑 받고 응원 받는 입장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플 기아의 다음 상대는 T1이다. 지난 시즌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다.

김혁규는 “T1이 워낙 강팀이지 않나. 잘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앞서 강팀들을 상대할 때 못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음에는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결과를 내서 우리가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잘 상대해보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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