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필수 시설” vs “혈세 낭비”… 광주 오페라하우스 건립 진통

장선욱 2023. 6. 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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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규모 2028년 개관 찬반 팽팽
광주 동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 제공


‘문화도시의 필수시설인가, 전형적인 예산 낭비인가.’

광주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맞서고 있다.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시는 올들어 전문 예술극장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천문학적 예산확보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등 가야 할 길이 멀다.

광주시는 특정 장르 전문공연을 선호하는 문화적 수요에 맞춰 국비 1500억원, 시비 1500억원 등 3000억원을 들여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광주오페라하우스 배치도. 광주시 제공


2028년까지 부지면적 5만㎡, 연면적 5만㎡에 1500석~2000석 대공연장과 400석의 소공연장 등을 갖춘 전문 예술극장을 개관하는 게 목표다. 서울의 K-컬처, 대구의 문화예술 허브와 더불어 광주에 공연관광 허브를 조성해 문화허브 트라이앵글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상반기 기본계획 용역 발주에 이어 매칭펀드 방식의 국비 지원과 예비타당성 면제를 정부에 요청하고 향후 국제설계 공모를 통해 설계용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월 중 타당성 조사 착수와 함께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광주시는 그동안 대형 공연시설이 부족해 시민들이 수준 높은 뮤지컬, 오페라, 발레공연 등을 감상하기 위해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떠안고 원정 관람을 가야 하는 등 공연문화 향유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입장이다.

2020년부터 290억원을 들여 개보수 작업을 마친 광주 문화예술회관이 최근 ‘광주 예술의전당’으로 재개관했으나 다목적 공연장에 불과해 대형 공연을 소화하기에는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문화수도를 추구하는 광주시의 문화 공연시설 보유현황을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시아 최대 복합문화기관으로 꼽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1000여석의 대극장이 있지만 객석과 무대 구분이 없는 블랙박스형 극장으로 전문공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음향과 조명을 보강해 지난 16일 재개관 기념식을 치른 광주 예술의전당 역시 대형 오페라, 발레 공연 등을 유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삼성그룹의 통 큰 기부로 2003년 오페라 기획과 제작 기능까지 갖춘 ‘대구 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 하우스가 별도 개관한 대구나 현재 2000여석 규모의 콘서트 전용홀 ‘부산국제아트센터’, 1800여석의 ‘부산오페라하우스’를 2024년과 2026년 완공 목표로 건립 중인 부산지역 현황과는 대조적이다.


롯데그룹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기금으로 1000억원을 기부했다. 울산시 역시 2000여석의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1000여석의 음악당을 양 날개로 한 ‘태화강 세계적 공연장 조성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등록공연장 현황자료에도 광주의 전체 공연장 40곳 중 ‘전문공연장’으로 분류된 시설은 한 곳도 없다.

오페라 공연은 오케스트라·합창단을 기본으로 다양한 무대 연출은 물론 무대설치·의상·분장·조명·음향 등 많은 현장인력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이런 연유로 세계적 문화예술 단체 내한공연이나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대형 뮤지컬 순회공연 일정에는 광주가 종종 제외되고 있다.

광주시는 당초 오페라하우스를 안중에 두고 2022년 사들인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가 협소해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따라 국립광주박물관 인근 시유지 등 2~3곳을 후보지로 물색하고 있다.

수도권이나 영남지역보다 척박한 공연예술 기반을 확충해 문화도시의 자존심을 지켜간다는 구상이다. 이두원 광주시 문화기반조성과장은 “문예회관의 낡은 시설을 뜯어고치고 공연 장비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꿨지만 공연장 갯수 자체가 부족하고 세계적 뮤지컬과 오페라를 유치할만한 시설은 전혀 없는 게 문화도시 광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창작공연 제작을 위한 예술가들의 교류·협업은 물론 공연예술계 진출을 원하는 미래 예술인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플랫폼으로서 오페라하우스가 광주에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장은 문화적 불균형을 덜기 위해 대형 공연을 관람하는 전문 예술극장 오페라하우스가 반드시 광주에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북구의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하지만 일부 시민·문화 단체는 “1년 365일 중에 몇 차례나 오페라 공연을 하게 될지도 의문인데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대형 오페라하우스를 꼭 지을 필요가 있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유지·보수·운영에 100억원 이상의 대구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광주 오페라하우스가 새로 문을 열면 열악한 광주시 재정에 50억~100억원의 혈세가 해마다 추가 편성돼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공연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오페라하우스 개관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지역의 오페라·발레 공연 관람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선행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작정 대형 전문공연장 문을 열었다가 감당하기 힘든 적자가 누적돼 지역공동체의 골칫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달 유럽을 방문하는 강기정 광주시장은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 벽과 물방물 무늬 유리장식으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음악당’을 방문한다. ‘광주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염두에 둔 행보다. 광주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대구에, 롯데가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를 기증한 것처럼 지역에 연고를 둔 대기업 중 한곳이 광주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시민 품에 안겨주고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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