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올해의 게임’ 쏟아내는 美·中·日
미국은 ‘자본’·일본은 ‘IP’·중국은 ‘인구’
그해 나온 게임 중 작품성·대중성을 모두 잡은 게임에 주어지는 상이다. 미국 더 게임 어워드(TGA)를 비롯한 7개의 평가기관이 각각 그해의 GOTY를 선정한다. 비평가 평가와 유저 선호도, 게임 매출 실적 등이 기준이다. 7개의 기관 중 가장 많은 기관으로부터 GOTY에 선정된 게임이 해당 연도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는다.
한국 게임은 이 상과 인연이 없다. 2017년 크래프톤이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후보로 선정된 것이 처음이자 끝이다. 한마디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수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게임의 질적 경쟁력이 주요 경쟁 국가와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한 게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산 게임은 글로벌 매출액 상위권에 이름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다른 게임 강국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년 ‘올해의 게임’에 선정될 만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후발 주자로 여겨지던 중국 게임 업체들도 GOTY급 게임을 연달아 내놓는다. 이는 곧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진다. PC, 콘솔, 모바일 등 주요 플랫폼에서 이들 국가 게임은 늘 매출 상위권 자리를 차지한다.
한때 ‘게임 강국’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치던 한국 게임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와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강국 미국·일본·중국과 비교하면 한국 게임이 고전하는 ‘근본 원인’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1) 미국: 내수 크고 자금력도 ‘빵빵’
흥행 → 대규모 투자, 선순환 정착
자타공인 글로벌 게임 ‘최강국’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크게 두 개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자본’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이다. 2021년 기준 전체 게임 매출 약 22%가 북미 시장에서 나온다.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자국 내에서만 게임이 흥행해도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영업이익은 곧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개발과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게임 매출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매출 상승과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이 계속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미국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인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에서 잘 나타난다. GTA 시리즈를 개발·서비스하는 락스타게임즈는 2008년 공개한 GTA4를 만들기 위해 1억달러를 투자했다. 전작인 GTA3의 대흥행으로 얻은 수익을 활용,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GTA4는 분기 판매량만 150만장,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하며 전작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흥행 → 투자’ 기조는 계속됐다. 2013년에는 무려 2억6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GTA5를 내놨다. 월등한 제작비 덕분에 GTA5는 타사 게임 대비 압도적인 성능과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었다. GTA5는 서비스 시작 1일 만에 8억달러 매출을 거뒀다. 고작 하루 만에 제작비 4배가 넘는 수익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 게임사는 미국처럼 ‘과감한 투자’가 좀처럼 힘들다. 회사 규모가 작고 내수 시장이 좁아서다. 개발비를 1000억원 이상 쓴 게임이 전체 게임 역사에서 손에 꼽는 수준이다. 애초에 그만큼 많은 개발비를 투입할 수 없는 구조다. 1000억원 대작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수출이 필수지만 리스크가 워낙 큰 탓이다.
결국 적은 개발비로 본전을 뽑아야 하다 보니 한국 게임 회사들은 수익 확보에만 치중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확률형 아이템’ 등 사행성이 짙은 수익 모델을 갖춘 게임이 득세했고, 이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밀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수백억원 규모 투자를 해 만들어낸 콘텐츠도 있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이후 게임 회사 경영진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에만 치중하게 됐고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2) 일본: 포켓몬의 나라…IP 강국
탄탄한 플랫폼 경쟁력도 ‘눈길’
일본 게임 시장은 한국과 비교해 규모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덩치는 비슷하지만 내실은 천지 차이다. 일본 게임은 미국과 함께 GOTY를 양분하며 세계 시장을 휩쓴다.
일본 게임의 선전에는 압도적인 ‘IP 경쟁력’이 자리한다. 자국 애니메이션·만화를 활용한 콘텐츠 게임은 물론 게임사들이 직접 만들어낸 캐릭터도 엄청난 인기를 끈다. 올해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젤다의 전설’부터 ‘슈퍼 마리오’ ‘철권’ ‘포켓몬’ 등 세계 시장에서 대성공한 게임 모두 자국 IP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IP에 충성도가 높은 팬덤이 많아, 내놓는 작품마다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다. 덕분에 일본 게임사들은 개발비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다.
탄탄한 플랫폼도 일본 게임을 뒷받침한다. 콘솔 게임 기기 3대 플랫폼 중 2개(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가 일본 회사다. 세계 시장을 점령한 일본 플랫폼들 덕분에 일본 게임은 타국 게임보다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링 피트 어드벤처’ 등 히트작이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플랫폼을 타고 흥행한 대표적인 사례다.
유저 피드백 데이터도 ‘월등’
게임 신흥 강국 중국은 인구와 정부 정책 덕을 톡톡히 본다. 워낙 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낮아 개발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하기 쉽다. 비용 경쟁력에서 싸움이 안 된다. 풍부한 인구 덕에 미국 다음으로 큰 게임 시장을 갖고 있다. ‘판호’로 대표되는 자국 게임사 우선주의 정책도 중국 게임사에는 엄청난 이점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게임 산업을 가리켜 ‘사이즈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인구가 많다 보니 개발자 수와 게임 이용자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자를 구하기 쉬운 데다 중국 내 게임 이용자 10%만 확보해도 한국 시장을 독점하는 수준의 게이머를 확보할 수 있다. 단순 수익뿐 아니라 이용자 피드백 데이터양도 월등하다. 규모에서 밀리다 보니 국내 업체들이 중국 업체를 이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 ‘원신’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원신은 2020년 나왔을 때만 해도 일본 게임 ‘젤다의 전설’을 베꼈다는 혹평과 함께 전 세계 게임 이용자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저 지지를 받으며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에는 자국에서 창출한 수익을 바탕으로 문제점들을 하나씩 수정해나갔고 2021년에는 결국 세계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 GOTY 후보에 오르는 수작으로 거듭났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현재 게임 산업의 자본 규모가 다르다. 업체들 또한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공격적인 의지를 갖고 투자를 집행한다.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나라다. 일본 콘텐츠를 보고 노하우를 습득한 3세대 개발자들이 등장하면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한국 게임 업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5호 (2023.06.28~2023.07.0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계속 신고가 달성하는 이수페타시스 주가 어디까지?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버거 2개에 4990원”...홈플러스, 당당치킨에 이어 당당버거 선보여 - 매일경제
-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출범 한 달…전 계열사 할인 행사 - 매일경제
- 글로벌 수장고 브랜드 ‘르 프리포트’ 한국 진출 - 매일경제
- “나스닥 떨어진다”…‘야수의 심장’ 서학개미, 인버스 뭉칫돈 - 매일경제
- ‘따따블’ 온다...다음 주부터 신규상장주 가격제한폭 최고 400%로 확대 - 매일경제
- 테슬라 급락에 국내 2차전지株도 된서리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1만2210원’ 적절한가?...여론 과반 “반대” [민심레이더] - 매일경
- “6억짜리가 3억으로”...전세 ‘반 토막’에 송도 집주인 ‘곡소리’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