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시끌 평택지제 역세권…택지 지정보다 GTX-A·C 연장 확정이 변수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1호선 평택지제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큰 사거리가 나온다. 평택지제역 사거리다. 주변에는 주유소와 일부 부동산공인중개소를 제외하면 어떤 상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휑하다. 평택지제역을 제외하면 사거리 주위에는 3층 이상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평택지제역을 등 뒤로 북서쪽 방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다. 평택지제역에서 도보 300m 거리에 위치한 이 단지는 총 1999가구로 지난해 5월 준공한 신축 아파트다.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안쪽으로 걸어가니 이마트 등 일부 상업시설과 함께 몇몇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힐스테이트지제역, 평택지제역자이, 힐스테이트지제역퍼스티움 등이다. 지제동에서 지제역까지 도보 20~30분 이내로 이동 가능한 아파트 단지는 이렇게 4곳. 다만 이들 아파트와 이마트 등을 제외하면 주변은 대부분 미개발 상태다. 펜스로 둘러싼 부지와 잘 닦여 있는 도로만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부가 평택지제 역세권에 첨단 산단 콤팩트시티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평택 부동산이 주목받는다.
정부는 지난 6월 15일 평택지제 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자족형 콤팩트시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평택시 지제동·신대동·세교동·모곡동·고덕면 일대가 여의도 약 1.65배 면적으로 조성된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평택지제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노선 연장 등을 통해 광역교통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평택시 지제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전부터 지제역에 GTX 노선이 연장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며 “콤팩트시티 조성 소식 이후 매일 지제역 일대 아파트와 향후 전망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조성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신대동·세교동·모곡동·고덕면 일대 453만㎡와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 일대(140만㎡)를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김포한강2(4만6000호)’ 신도시에 이은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신규 공공택지 발표다.
두 곳 신규 택지는 인근에 첨단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산단 배후에 좋은 주거 지역을 조성해 우수한 인재와 기업이 모여들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특히 평택지제역 일대에 관심이 집중된다.
평택지제 역세권 인근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선 고덕일반산업단지 등 첨단 반도체 산단이 있어 청년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는 여의도 1.6배 규모 신규 택지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 전체 공급량의 절반가량(1만7000호)은 공공분양주택인 ‘뉴홈’으로 채운다. 지제역 600m 이내 역세권은 압축·고밀 개발해 주거·일자리·교육·문화·의료 기능을 집중시킨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융복합 클러스터를 만들어 기업의 연구개발과 창업을 지원한다. 정부는 평택지제역 일대를 동탄에 버금가는 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이른바 ‘자족형 콤팩트시티’를 조성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평택지제 역세권 주택 추가 수요는 4만~5만가구 내외”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4~6공장이 추가로 조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평택지제역에는 수서고속철도(SRT)와 지하철 1호선이 운행된다. 2025년부터는 KTX 수원발 열차도 정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신규 택지 조성으로 교통 수요를 확보해 GTX-A와 GTX-C노선이 연장될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예상하는 대로 GTX 노선 연장이 확정되면 모두 5개 철도 노선이 지나게 된다.
도로 교통과 관련해서는 고덕국제신도시와 평택시청을 잇는 간선급행버스(BRT) 체계를 구축하고 구도심(서평택)과 신도심(동평택)을 잇는 도로를 확장해 상습 정체 구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평택지제역 주변에는 철도, 버스 환승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연결하는 미래형 복합환승센터를 짓는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신규 택지 조성으로 평택지제역 인근이 기존 고덕국제도시, 평택 브레인시티와 묶여 경기 화성 동탄에 버금가는 경기 남부 중심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부는 늦어도 내년까지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마칠 예정이다. 2026년 지구계획 승인과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접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 입주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신규 택지 지정 이후 투기성 토지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신규 택지 인근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급매물 소진 중인 지제역 아파트
개발 호재에 따른 수요 늘어날 수도
평택지제역에 콤팩트도시를 조성한다는 소식과 함께 일대 부동산 시장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지제역 주변 아파트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인다. 현재 이곳 랜드마크로 불리는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의 경우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이 단지 전용 84㎡는 올해 3월 7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5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금은 저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8억5000만원에서 9억원 사이에 호가가 형성됐다.
힐스테이트지제역 역시 지난 5월 전용 84㎡가 6억원 중후반에 거래됐지만 6월 들어 대부분 집주인이 호가를 올렸다. 지금은 매물 호가가 7억5000만원 전후로 형성됐다.
정부 발표 직후 아파트 실거래 앱인 호갱노노에는 평택 내 분양 예정 단지와 지제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이름이 실시간 인기 아파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계자료 또한 이를 입증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평택시의 6월 2주(6월 12일 기준) 매매 가격 변동률은 0.03%로 전주(-0.02%) 하락세를 벗어나 상승 전환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평택 일대 예정된 공급량이 많아 이번 발표가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업은 결국 택지 개발이다. 3만3000가구가 그대로 신규 공급된다. 산업단지 조성 자체는 호재지만 공급량이 늘면 기존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입주 업체가 얼마나 고임금 직장인지 등에 따라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평택지제 역세권 지구 지정 완료 일정이 내년 하반기로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기간 동안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평택은 공급 물량이 많고 착공 예정인 물량도 꽤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GTX 연장 노선 등 광역교통 개선 대책 수립이 언제 확정되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마치면 이후 실시 계획이 나오고 구체적인 노선 계획 등을 확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택지지구 공식 지정까지는 1~2년, 광역교통 개선 대책 수립까지 1~2년이 소요된다. 여러 절차를 감안하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신청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예타 조사 통과 여부다. 일각에서는 평택에서 직접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예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지제 역세권 공공택지는 서울 출퇴근 수요를 유입하기 어려운 입지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획재정부 예타를 통과할 수 있을지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 충족이 쉽지 않은 만큼 GTX-A·C노선 모두 지제역 연장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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