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간 감사원... 전현희 찍어내려 입맛대로 '제보' 손질?
[박소희 기자]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권우성 |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통해 유일하게 처분을 내렸던 '기관 주의'마저도 '무리한 비틀기'였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28일 입수·분석한 감사원 감사위원회 '전현희 감사' 결과 회의록(6.1)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현희 전 위원장이 갑질 직원 탄원서를 강요했다"는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자, '전 위원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식으로 감사 대상을 비틀면서 '기관 주의' 처분을 강행했다.
'탄원서 제출 강요' 제보 확인 못하자...
해당 회의록에서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세 번째 안건, ' 갑질 직원을 위한 탄원서 제출로 피해자 보호조치 소홀 의혹' 관련 대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원래 탄원서 강요 의혹에 대해서 제보가 들어왔고, 그것을 (감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여기에도 정확하게 '전현희 위원장이 탄원서를 직원들에게 내도록 강요했는가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고, '감사 결과 그것은 확인이 안 됐다'는 내용을 써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전 전 위원장이 탄원서를 낸 기억이 없다고 해명한 일 등을 볼 때 탄원서 제출 여부부터 불확실한 점, 설령 탄원서를 제출했더라도 위원장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일을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문책 사유로 여기기엔 부족하다고 짚었다.
다른 감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A 감사위원은 "(전 전 위원장이) 개인적인 신분으로 탄원서를 써줬다면, 도덕적 비난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 해임까지 우리가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게다가 전 전 위원장이 갑질 피해자 등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감사원 사무처 감사관은 '사건 당시 피해자 보호조치가 있었냐'는 질문에 "사건 조사 후 (가해자) B국장을 바로 인사 조치했다"고 대답했다. 이 답변을 들은 A위원은 "어쨌든 기관 차원에서 피해자 조치는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적절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졌고, 어쨌든 권익위원장 입장에서 사적으로, 그냥 개인적인 신분으로 써줬다면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이때부터 '탄원서 제출 강요 의혹'은 '2차 가해 문제'로 논의 방향이 변했다. C 감사위원은 "권익위야말로 직장 내 갑질을 바로잡아야 할 주무부처"라며 "이것은 위원장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권익위 구성원들이 도대체 자기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안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건은 기관주의가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의장을 맡은 최재해 감사원장은 "3번 사항은 기관 차원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냐"고 공직감찰본부장에게 확인한다.
▲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오른쪽 앞은 최재해 감사원장. |
ⓒ 남소연 |
하지만 논의 방향이 변했을 때도 '이 일로 전 전 위원장의 책임을 물어야 하나'란 쟁점은 여전했다. D 감사위원은 "탄원서 제출은 개인적인 행위이고 (전 전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충실하게 행동했다"며 "(갑질직원) 중징계 신청이 들어왔을 때 중징계를 그대로 신청했고 모든 갑질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해온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2차 가해라 해도 이는 윤리의 문제라 "위법·부당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감사원 업무에 속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부분은 지금 현재 윤리의 측면을 조금 넘어서서, 이게 징계 규정에도 반영되어 있고, 또한 규칙을 만들어서 2차 피해를 막으려고 하는 그러한 국가적인 움직임에 매우 배치되는 행위로써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우리 안은 그러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전현희 위원장의 개인 탄원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이 부분으로 확장해서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중략)… 이 사건은 전체적으로 불문으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일부 감사위원들은 '전 전 위원장은 2차 가해를 했고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설시(說示, 설명)하는데, 앞에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단정적으로, 법적인 평가를 쓰는 건 안 맞는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무색무취하게 (전 전 위원장이) 중징계로 신청해서 법원의 조정에 응하지 않았고, 그러나 이 와중에 이렇게 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써주면 되지 않을까"라는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는 "전현희 위원장이 권익위에서 부하직원에게 논문을 대필시켰다는 혐의로 징계처분 받은 B국장을 위해 소청심사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하였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고 쓰였다. 또 전 전 위원장이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취했다는 사실은 빠진 채 그의 탄원서 제출이 "명백히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담겼다.
결국, 다른 직원에게 탄원서 제출을 강요했다는 원래 제보 내용이 아닌 '전 전 위원장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식으로 제보 내용이 바뀐 셈이다. 게다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법적 평가가 담기면 안 된다'는 주심 감사위원의 의견과는 반대의 평가까지 담았다.
조은석 위원은 지난 12일 감사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보고서가 주심인 자신의 검수도 거치지 않은 채 공개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된 데 대해 망연자실할 따름"이라고 했다(관련 기사 : 전현희 망신 주려고… 감사원, 내부절차도 무시했나 https://omn.kr/24c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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