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 수술 후 응급치료 외면당한 4살 사망…檢, 의사 5명 기소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뇌사 상태에 빠져 숨진 4살 아이의 응급치료를 거부하고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 아이의 뇌 손상이 시작할 당시 병원 측이 '골든타임' 안에 응급조치했더라면 소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에도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박혜영)는 28일 피해자 김동희(2020년 사망 당시 만 4세)군의 편도절제술을 집도한 양산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A씨(39)씨 등 의사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양산부산대병원 법인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 10월 4일 수술을 받은 김군은 회복 과정에서 출혈이 발견됐다. A씨는 정확한 출혈 부위를 찾지 못하자 다시 마취한 뒤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燒灼·지짐술)했고, 이 때문에 추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A씨는 환부를 광범위하게 지진 사실을 의무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심한 통증과 탈수 등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한 데도 부모에게 정확한 상태와 유의사항, 응급상황 대처법을 설명하지 않은 채 2주 뒤 외래진료만 예약하고 김군을 퇴원시켰다.
수술 전 몸무게 18㎏이었던 김군은 퇴원 이튿날인 10월 7일 16㎏으로 체중이 감소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곧바로 부산의 다른 병원에 입원했으나 10월 9일 오전 1시45분쯤 객혈을 일으켰다. 객혈 당시 야간 당직을 맡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B(56)씨는 다른 병원 소속인 대학 후배 C(42)씨에게 근무를 맡기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는 당직 간호사로부터 유선으로 김군의 상태를 전해 듣고 전원 결정을 내렸다. C씨 역시 자신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인데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오전 1시51분쯤 119구급대가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김군은 이미 뇌 손상으로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김군을 이송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두 차례 응급의료 요청했지만, 소아응급실 당직의 D(42)씨는 심폐소생 중인 다른 환자가 있다며 응급실 입원을 거부했다.
검찰은 당시 병원에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기준 소생이 필요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발생하지 않은 다른 심폐소생술 발생 위험을 핑계로 응급의료를 기피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결국 김군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약 20㎞ 떨어진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연명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3월 11일 숨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올해 2월 울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보완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군을 담당한 이비인후과 전공의 E(29)씨가 다른 당직 의사의 아이디로 접속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응급의료 거부가 단순히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생명이 위중한 환자의 응급의료 시행 여부를 저년차 전공의의 선의에 의존해 우선순위 원칙이 이행되지 않았다. 응급의료 거부가 정당한지 환자 가족이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응급의료 거부 이유와 응급실 환자 현황을 보존하는 등 추후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속히 개정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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