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기없지만, 건전재정 불가피”…나라살림 허리띠 계속 조인다

하남현, 황수빈 2023. 6. 28. 19: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 강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부진 심화 우려는 있지만, 나랏빚은 불어나고 세금도 덜 걷히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을 함부로 쓸 상황은 아닌 만큼 지출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집행을 통해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2023~2027년 중기재정 운용 및 2024년도 예산 편성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건전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 방침은 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 재정 여파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68조8000억원으로 408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에서 역대 최고치인 49.4%로 치솟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세수 펑크’ 현상도 가시화하며 나라 곳간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조9000억원 덜 걷혔다. 이 영향으로 국가채무는 지난 4월 말 기준 1072조7000억원에서 연말에 1134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추경 편성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수 부족이 있더라도 올해는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즉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고 내년 이후 국정운영 필수소요는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나라 살림이 빠듯한 만큼 정부는 지출 구조 조정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관행적·선심성 지출과 재정 누수 등의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각 부처 모든 예산산업을 ‘ 제로(0) 베이스’에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 투입에 대한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이나 노조·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윤 대통령은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주문했다. 그는 “국방과 법 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성장동력 확충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과 투자는 제대로 써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확대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을 꼽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분별한 나랏돈 풀기는 미래를 위한 재정 여력만 축내는 꼴”이라며 “정부는 구조 개혁 등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반영해 오는 9월 초에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또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며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ㆍ합리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 보조금’이란 비영리 민간단체나 노동조합 등이 국가 보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오남용한 사례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예산과 노조ㆍ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연간 2조원 가까이 늘어난 민간 단체 보조금에 대해 원점 재검토하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국고보조금 사업에서 회계 법인 등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 기준을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