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이뤄낸 스웨덴…질 높은 돌봄·교육으로 부모 시름 던다 [사회서비스 선진화①]
1998년 1~6세 학교 푀르스콜라 ‘유보통합’
3세이상 아이 대상 주 15시간까지 무상지원
<복지부 출장-기자단 독일·스웨덴 특별취재>복지부>
“스웨덴의 교육은 어린이들이 놀면서 생긴 관심사를 스스로 터득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조건과 환경을 아이들에게 부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보이고 상상을 함으로써 자기를 표현하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학습 방침이죠.”
13일 스웨덴 부 고드 푀르스콜라(영유아학교)의 엘리자베트 발스트룀 교장은 한국에서 온 정부 출장단과 취재진에게 영유아 교육과 보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학교 현장을 소개했다. 이곳 아이들은 지식을 주입받지 않고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함께 노래하며 요일과 날씨를 익히고 놀이로 의사 결정을 배워간다.
스웨덴은 일찍이 유보통합에 성공하며 돌봄과 교육의 질을 끌어올렸다. 1996년 보육담당 부서를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이관했다. 이어 1998년 교육법에서 종일제 보육시설과 반일제 유치원 개념을 없애고 영유아학교인 푀르스콜라로 통합했다. 현재 스웨덴 전국 푀르스콜라에는 1~6세 아이들이 어우러져 다닌다.
푀르스콜라는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주소지 코뮨(지방정부)의 세금으로 동일 금액을 지원한다. 공공과 민간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구조다.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열어주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돌봄과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다. 이렇다보니 교육 품질이 높은 학교에 지원이 쏠리기 마련이다. 부 고드 푀르스콜라의 경우 정원이 158명인데 68명(13일 기준)이 입학 대기 중이다.
푀르스콜라마다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프레드릭 노르드발 우플랑스브로 코뮨 교육실장은 “스웨덴의 모든 학교들은 자신들만의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모든 교육을 영어로 진행하는 인터네셔널 푀르스콜라도 있다”고 말했다.
3세이상 아이엔 주 15시간까지 무상보육…코뮨마다 차이는 있어
푀르스콜라는 기본적으로 3세 이상부터 주 15시간까지 무상보육을 지원하되 추가 이용시간에 대해서는 취업·가구소득·자녀 수에 따라 지원을 차등한다. 3세 미만의 경우는 부모가 일을 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 학업을 할 경우 돌봄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 무상지원을 한다.
단 푀스스콜라가 속한 코뮨마다 무상보육 지원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나카 코뮨에 소속된 부 고드 푀르스콜라는 3세 이상 모든 아동에게 주 25시간까지 무상지원을 해준다. 이에 비해 인근 우플랑스브로 코뮨에 속한 푀르스콜라들은 기본대로 주 15시간까지 무상지원을 한다.
부 고드 푀르스콜라에서 주 25시간 이상 시설을 이용할 경우 추가 시간에 따라 부모 부담금이 차등 책정된다. 한 주에 40시간 이상 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 한 명당 약 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맡기는 아이 수가 늘어날수록 부담금이 저렴해진다. 둘째 아이는 13만원, 셋째 아이는 6만원으로 부담금이 줄어든다. 네 번째 아이부터는 무료다. 스웨덴 부모들은 부담금을 푀르스콜라가 아닌 코뮨 계좌로 납입한다. 일종의 공과금 개념이다.
플렉시블 타임을 운영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모 중 한쪽이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할 수 있어 부모가 자식을 맡기고 찾는 게 원활하다. 또 노동법상 아이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근로시간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 미혼모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를 맡기고 데려올 수 있는 돌봄이 마련된다.
보육과 교육이 한데 어우러진 학교 현장…직역 간 갈등 無
아동수 대비 높은 교사수는 교육의 질을 끌어올린다. 부 가드 푀르스콜라는 8개 반 15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만 1-3세 반의 경우 아이들 정원 16명에 교사 3명(전문교사 2명, 보조교사 1명), 5-6세 반의 경우 아이들 정원 22명에 교사 4명(전문교사 1명, 보조교사 3명)이 배치돼있다.
나이마다 정·보조교사 분포가 다른 이유에 대해 발스트룀 교장은 “아이들의 수준과 교육 상황에 따라 교사 인원 배치를 달리하고 있다”며 “교사들을 어느 반에 몇 명 세워야 교육의 효력을 낼 수 있을지 치밀하게 구상을 한다”고 말했다.
푀르스콜라의 전문교사는 대학에서 교육학 전공을 3년 6개월 이수해야 한다. 보조교사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보조교사 전문교육을 받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성인교육을 1년간 이수하면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전문교사는 월 425만원에서 510만원, 보조교사는 273만원에서 400만원 수준으로 급여에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존에는 전문교사와 보조교사 역할 경계가 명확했다. 전문교사는 학습 교육을 준비해 진행하고 보조교사는 기저귀 교체 등 돌봄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역간 역할을 엄격하게 두지 않고 서로 협조하고 있다는 게 학교장의 설명이다. 발스트룀 교장은 “전문교사와 보조교사 급여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생기는 갈등은 없다”며 “전문교사가 한 반의 책임자를 맡아 활동을 주관하면서 팀워크를 발휘하며 나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어린아이부터 인생 말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에 맞춤형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 내용은 삶의 질, 인간의 권리, 인간의 고귀성으로 귀결돼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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