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잡겠다”…삼성 파운드리가 꺼낸 ‘2나노’ 비장의 카드
삼성전자가 최첨단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태계를 확장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인텔 등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한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고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행사엔 고객사·파트너 700여 명이 참석했으며, 38개 파트너는 행사장에 부스를 열고 최신 파운드리 기술 트렌드도 공유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해 나가며 인공지능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2나노 공정을 서로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2나노 공정은 이전세대인 3나노 공정보다 성능이 12%, 전력효율이 25%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2나노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성능을 공개했다. 2025년엔 모바일용 중심으로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용, 2027년 차량용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TSMC는 올해 2나노 시제품 생산을 시작해 2025년 양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2나노 공정부터는 업계 1위(TSMC)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칩 면적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인 신기술)를 도입할 텐데, 그때가 되면 삼성도 업계 1위와 같게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2나노 로드맵을 구체화한 건 TSMC를 단시간에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은 계획대로 2027년까지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올해 1201억9000만 달러(약 156조9600억원)에서 2026년 1879억1200만 달러(약 245조39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특히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올해 84억5000만 달러(약 11조300억원)에서 2026년 381억8000만 달러(약 49조8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차세대 반도체 서비스…패키징 협력도 강화
한편 삼성전자는 수요가 폭증하는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8인치 질화갈륨(GaN) 전력 반도체 양산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도 내년에 시작하기로 했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처럼 동작하게 하는 패키지 기술 개발을 위해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인 ‘MDI 동맹’을 주도하는 등 파트너사와 협력도 강화한다.
설계자산(IP) 분야에서도 현재까지 50개 글로벌 파트너사로부터 4500개 이상의 IP를 확보했는데, 장기 협력을 통해 AI·HPC·오토모티브 고객의 대응할 계획이다. IP(intellectual property)는 통상 지식재산권을 지칭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반도체 설계자산’이라는 뜻이다.
향후 시장 수요에 대비해 클린룸을 먼저 건설하는 등 선제적 설비 투자로 안정적 생산 능력을 확보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쉘퍼스트 전략’도 약속했다. 2027년까지 클린룸 규모를 2021년보다 7.3배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도 평택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클린룸을 건설 중이며, 올해 하반기 평택 3라인에서 모바일 등 다양한 응용처의 파운드리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테일러 1라인은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에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게 파운드리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수율과 생산성을 높인다면, TSMC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TSMC는 패키징 기술에 집중 투자해 AI 반도체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어드밴스드패키징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소재·장비 연구도 확대하는 등 의지를 갖고 있다.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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