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압류에 26개월치 폭탄 고지서... 이래도 수신료 분리징수가 국민편익?

신상호 2023. 6.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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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료) 수금원은 고사하고 고지서도 발부되지 않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26개월분 체납수신료를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채납고지서를 받고 여러 주민들에게 문의해보니 역시 2년 전 수금원이 다녀간 후 아무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던 1994년 이전 상황을 보면 국민 편익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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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징수 1990년대에 어떤 일 있었나... 갈등 뻔한데 초고속 추진 정부는 '모르쇠'

[신상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 수신료 분리 징수와 김의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내용을 보고받았다.
ⓒ 연합뉴스
 
"(수신료) 수금원은 고사하고 고지서도 발부되지 않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26개월분 체납수신료를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채납고지서를 받고 여러 주민들에게 문의해보니 역시 2년 전 수금원이 다녀간 후 아무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 2월 14일 <동아일보>에 게시된 한 파주 시민의 글이다. 당시에는 수신료 납부를 제때 고지받지 못하다가, 수십개월치 폭탄 고지서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TV 수신료를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포함해 대신 징수하는 합산 징수를 금지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분리징수 강행 명분으로 국민 편익 증진과 여론을 들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던 1994년 이전 상황을 보면 국민 편익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1990년 당시 KBS는 50%에 불과했던 수신료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미납 가구를 대상으로 최고장을 발부하는 등 징수 활동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커져 시민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수신료 강제 징수 과정에서 징수원들이 폭언을 서슴지 않는 등 주민 피해사례가 속출,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 1992년 5월 28일자 <경향신문>

"수금사원도 (중략) 미납자에게 퉁명스러운 말씨로 엄포를 놓고 있어 그 모습 또한 가관이다."
- 1993년 4월 16일자 <경향신문>

장기 체납자에 대해서는 전화기 같은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징수를 하기도 했다. 

한국방송공사가 18일부터 장기체납자에 대해 무더기로 전화기를 압류하는 등 강제 징수에 나설 예정...(중략)... 공사(kbs)는 90년에 한차례, 지난해에도 두차례에 걸쳐 모두 1만5473건의 강제징수승인을 받아 이 가운데 1만1864건을 집행해 9억6100만원을 거둬... (중략)  
- 한겨레 1992년 5월 15일

이런 사회적 갈등은 지난 1994년 10월 가구별로 고지되는 전기료에 수신료를 함께 징수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런데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의 개정은 1994년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는 격과 같다. 대통령실과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수신료 납부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KBS 시청 여부 관계없이 수신료 내야... 정부는 뒷짐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TV수신료 납부는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며 수신료 납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채널 시청 여부를 떠나 텔레비전이 있으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수신료를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을 상대로 KBS가 과거처럼 강제 징수를 하면서 '고지서 폭탄'을 돌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신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상쇄하는 국민 편익 증진은 무엇인지도 불확실하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대책을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라며 "말로는 국민 편익을 위해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 불편을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준비조차 않고 정책을 하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수신료를 내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공적기금을 조성해서 수신료 재원을 대신하는 방법 등은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굳이 분리징수를 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거듭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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