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 아닌데 하혈… 혹시 큰 병 아닐까?

이채리 기자 2023. 6.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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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혈은 호르몬 이상 등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질병의 원인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혹 생리 때가 아닌데도 ‘하혈(下血)’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혈을 경험하게 되면 더럭 겁부터 난다. 물론 하혈은 호르몬 이상 등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질병의 원인일 수 있다. 하혈의 주요 원인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생리 기간 외 출혈, 내원 필수
정상적인 생리는 21~36일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생리 기간은 약 7일 정도이며 출혈량은 약30~50mL이다. 이 정상 범위를 넘으면 하혈로 본다. 즉, 생리 기간 외에 출혈이 나타나거나 생리가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면 하혈에 해당한다. 하혈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종류와 관계없이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피가 보인다면 우선 내원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맞다. 다만, 난자가 난소 밖으로 배출되는 배란기(생리 예정일 약 14일 전)에 발생하는 소량의 출혈은 정상으로 볼 수 있다. 또 생리가 끝나고 하루 이틀 후에 살짝 피가 묻어나는 경우에는 자궁에 고여 있던 생리혈이 나중에 빠져나온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바로 병원을 찾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으나 반복된다면 내원이 필요하다. 생리가 과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빠져나와야 할 총 생리량이 생리 시작 첫 하루 이틀에 몰아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피로 등의 이유로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겨 자궁이 미리 과도하게 수축한 것으로 추정한다.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도 하나의 원인
하혈은 호르몬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생리하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리를 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지고, 자궁 내막이 생성된다. 이후 에스트로겐이 줄고, 여성의 생식 주기를 조절하는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늘어난다.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 자궁 내막이 다시 흐물흐물하게 변형된다.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줄면 자궁 내막은 떨어져 나간다. 이 두 호르몬이 각각 과하거나 부족하게 분비되면 생리는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역시 하혈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인자나 호르몬 분비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과도한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무월경을 유발하기도 한다.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위해 피임약 등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임신 초기에는 질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지만, 출혈량이 많거나 아랫배에 통증이 있으면 유산이나 자궁외 임신일 가능성도 있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정상적인 위치에 착상되지 않고, 자궁 경부 등에 착상되는 임신을 말한다.

◇폐경여성의 하혈, 자궁질환 의심해봐야
불규칙한 하혈은 자궁질환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자궁내막위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40대 이하의 경우 자궁근종을 하혈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근종이 자궁 내막 쪽으로 돌출하면 내막이 증식하는데, 이때 혈관이 많이 생성돼 출혈 위험이 커진다. 50대 이후부터는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지면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하혈하는 경우가 많다.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두꺼워지는 병이다. 자궁내막암의 전 단계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출혈이 과도하진 않은데, 생리통 등의 통증이 더 강하다면 자궁내막용종이나 난소에 혹이 생긴 자궁내막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호르몬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호르몬대체요법, 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 섭취,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 등이 하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급증하는 갑상선질환도 하혈의 주요 원인이다. 갑상선호르몬 분비 이상도 하혈을 유발한다. 갑상선암,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혈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지 않도록 한다. 이상 증상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 병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한다. 하혈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질환 관련 정보를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게 좋다. 무작정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내원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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