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아직 멀었다" 인플레 투사로 나선 패셔니스타 ECB 총재
미국에 제롬 파월이 있다면 유럽엔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있다. 각각 미국과 유로존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들의 입에 따라 한국 금리도 변한다. 라가르드는 특히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함께 세계 경제의 키를 쥔 대표적 여성 리더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부터 CNBC까지,지난 27일(현지시간) 라가르드의 입에 주목한 까닭이다.
라가르드는 이날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포럼에서 "유로존은 팬데믹 직후 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긴 했으나 아직은 승리를 선언할 수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통화정책의 목표는 단 하나, 적시에 인플레이션을 2%대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7월에도 금리는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1%를 기록했다. 4월의 7%보다는 1%p 하락했지만 EBC의 목표치보다는 여전히 4%p 높다. 팬데믹 중 전례 없는 양적완화, 즉 돈풀기에 나서며 0%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던 ECB는 2022년 7월 이후 기준금리를 4%p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라가르드가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2011년부터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 매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1957년 태어나 교사인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한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교육을 받았고 미국 의회에서 인턴을 한 적도 있다. 취득한 학위도 법학 석사와 영문학 석사까지 다양하다. 미국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6년 만에 임원에 해당하는 파트너를 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200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무역 담당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2007년 엘리제궁의 주인은 시라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로 바뀌었지만 라가르드는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2011년까지 장관직을 역임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거에 도전해 승리했고, 그해부터 2019년까지 IMF의 얼굴로 일했다. 그 후엔 ECB에 도전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영향력이 있으며, 다년간의 장관 경험이 인정받은 셈이다. 여성 중에서 경제 분야의 유리 천장을 이렇게 다양하게 깨부순 인물도 드물다. 아무리 라가르드라고 해도 힘든 때가 없었을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미소를 짓자"고 말한 적이 있다.
올해 67세인 그는 능력뿐 아니라 패션 감각 역시 빼어나다. 은발 단발머리를 오래 고수해온 그는 큰 키(180cm)를 돋보이게 하는 스카프와 수트와 하이힐을 감각적으로 매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잡지 보그가 그의 화보를 제작한 적도 있을 정도다. 1982년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으나 10년 만에 이혼했고, 2006년부터는 유명 프랑스 기업가인 자비에르 지오칸티와 공개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워킹맘이었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는 2011년 영국 인디펜던트 지와 인터뷰에서 "모든 일에서 성공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죄책감과 함께 사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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