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저성능 칩도 안 돼”…中 압박 수위 높이는 美, 엔비디아의 미래는
미·중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며 미국 정부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빅테크 기업들의 셈법도 더 복잡해지게 됐다. 중국은 AI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무슨 일이야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내달 초부터 정부의 허가 없이는 중국에 저성능 AI 반도체 수출도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생성 AI 열풍으로 각국의 AI 기술 경쟁이 격화되자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엔비디아의 A100·H100, AMD의 인스팅트 MI25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데이터 센터에 탑재되는 GPU는 AI 모델의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반도체로, 전 세계 GPU 시장의 90% 이상을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규제를 피해 최신 제품보다 성능을 30% 가량 낮춘 A800·H800을 중국 수출용으로 생산·공급해왔다.
새로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정부의 승인 없이는 A800·H800의 대중 수출도 불가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의 AI 업체가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WSJ는 “미 정부 관계자들이 AI가 화학 무기 생산, 악성 컴퓨터 코드 생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는 다음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이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왜 중요해
② 험난해진 中 초거대 AI 공략: 그간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통한 물량 공세로 미국의 압박을 극복해왔다. 지난 4월 텐센트가 공개한 AI 훈련용 컴퓨팅 클러스터의 경우,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 1개를 쓸 자리에 H800 3개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저성능 칩 수출까지 막아설 경우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울 전망. 이미 중국에선 엔비디아 GPU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가 있는 선전 화창베이 등에서 엔비디아의 A100이 정가의 2배 수준(약 27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미래는
아직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중국에 대한 미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황 CEO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통제로 정보기술(IT) 기업의 손이 뒤로 묶인 상태”라며 “중국 시장을 뺏기면 대안이 없다. 미국 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추가 규제가 시작될 경우, 엔비디아의 대응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가 정부 규제 기준을 밑도는 저성능 AI 칩을 별도 생산해 수출길을 뚫었듯 또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던 만큼 엔비디아도 인도나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내에서도 항공·국방 등에 생성 AI를 접목하려고 시도 중이기 때문에 미국 내 수요가 늘면 엔비디아도 중국에서의 타격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의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로이터는 20일 미 상무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수급 제한에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IT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최첨단 AI 반도체 독자 개발 의지를 강화시킨다고 보는 편이다. 실제로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등은 화웨이의 GPU와 다른 GPU를 조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연구하며 관련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 젠슨 황 CEO 역시 FT에 “미국으로부터 사들일 수 없다면 중국은 스스로 만들 것”이라며 “미국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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