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첫 출전에 4강 '이변'... "경험 쌓으려고 나왔는데"

박장식 2023. 6.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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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컬링선수권] 첫 출전에 4강 슈퍼라운드 진출한 경북컬링협회 선수들

[박장식 기자]

 2023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4강 진출의 이변을 써낸 경북컬링협회 선수들. 왼쪽부터 김민서 선수, 방유진 선수, 박한별 선수, 김해정 선수.
ⓒ 박장식
 
팀을 결성한 지 3개월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여러 사정 탓에 자신의 팀 이름인 '경일대학교'도, 유니폼도 두고 나와야 했지만, 쟁쟁한 실업팀들을 누르고 '팀 킴' 등 훌륭한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북컬링협회 관리위원회(스킵 김민서, 서드 방유진, 세컨드 김해정, 리드 박한별)가 이번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내놓은 성과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일대학교에 진학해 컬링을 이어오던 선수들은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냈다.

출전 과정도 순탄치 않았던 선수들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성과다. 특히 예선 1차전에서 가장 전력이 좋다고 여겨지는 경기도청을 마지막 엔드까지 압박하는 수싸움을 벌였고, 실업팀인 의성군청과 전북도청을 이기는 이변까지 만들었다. 선수들은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좋은 성과가 나와 놀랍다"고 말한다.

첫 경기부터 '강팀' 간담 서늘케 했다

지난해까지 고등학교에 다니던 선수들이었다. 방유진과 김해정 선수는 의성여고를, 김민서 선수는 청주 봉명고를, 박한별 선수는 의정부 송현고를 졸업했다. 모두들 고교 시절 '한 가닥'씩 하던 선수들은 컬링을 계속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경북 경산의 경일대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첫 대회인 한국컬링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어려움이 발생했다. 경일대학교가 2022년까지 선수들이 있었다는 이유로 신생팀 인정을 받지 못했다. 결국 출전권이 있지만 선수가 없는 경북컬링협회 관리위원회의 이름을 빌려야 했다. '첫 대학 유니폼'의 꿈은 무산되었지만, 네 명이 함께 나서는 첫 한국선수권이었다.

방유진 선수는 "지역마다 릴리즈나 투구하는 힘 보는 방법이 달랐다. 우리가 원래 있었던 지역마다 경기장 감각이 달랐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점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 지금까지도 맞춰가는 중이다"라며 훈련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러며 방유진 선수는 "아직 팀을 맞춘 지도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며, "'경험을 쌓자'는 마음으로 부담보다는 편하게 경기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등부는 이겨야 하고, 실업팀 선수들에게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다"며 고충도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나선 첫 경기에서 쾌조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첫 경기 상대는 그랜드슬램과 투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온 경기도청 '팀 은지'. 그런데 선수들은 5엔드에 스틸로 역전을 만드는가 하면, 9엔드에 3-3 동점으로 경기를 끌고가는 등 그야말로 '이변의 호투'를 펼쳤다.

10엔드 경기도청이 1점을 기록하면서 아쉽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주기는 충분했다. 박한별 선수는 "우리가 쉬운 샷에서의 실수를 줄여서 좋은 경기를 했었다. 우리가 완전 잘 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며 첫 경기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4승 4패... 쟁쟁한 팀 사이 유일한 '4강행' 이뤘다
 
 2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에서 경북컬링협회 선수들이 경기도청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이변은 이어졌다. 선수들은 이어진 예선 2차전에서 의성군청(스킵 정민재)을 상대로 7대 6의 승리를 거두었다. 한 술 더 떠 3차전에서는 전북도청(스킵 김지수)를 상대로 빅 엔드를 여럿 뽑아내는 호투 속에 12대 4로 완승을 거뒀다. 실업팀을 상대로 한 '도장깨기'가 벌어졌다.

스킵 김민서 선수는 "전북도청이랑 할 때 런백(스톤으로 다른 스톤을 연달아 때리는 샷)을 잘 만들어낸 덕분에 3점까지 따냈었다"면서, "찬스를 잘 잡은 덕분에 큰 점수차로 이긴 것 같다"며 전북도청과의 경기를 복기했다. 방유진 선수도 "점수차를 크게 벌리면서 이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웃었다.

이어 목표로 삼았던 고교 팀과의 경기에서도 두 번 모두 승리하며 4승의 성적을 기록한 경북컬링협회 선수들. 특히 실업팀이었던 전북도청과 서울시청이 3승 5패의 성적으로 5위에 오르면서, 선수들은 결승으로의 문턱인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마지막으로 따내는 데 성공했다.

김해정 선수는 "사실 고등부 두 팀만 잡고 가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4승 4패로 4강까지 가니 놀라웠다"면서, "우리가 할 것만 잘 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며 4강 진출의 소감을 전했다. 김민서 선수도 "우리가 잘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분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좋은 성과 내서 참 좋다"며 웃었다.

"다음 대회부터는 학교 이름으로... 주니어 대표 선발되고 싶어"

4강 진출 팀이 확정나고 나선 슈퍼라운드 팀미팅에서 4강 진출을 실감했다는 김해정 선수. 특히 "한국에서 컬링을 잘 하는 세 팀과 함께 하니까, 배우는 자세로 경기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물론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경기도청에 10대 1로 패배한 것은 아쉽지만, 남은 두 경기에서 '깜짝 승리'를 만들고 싶다는 선수들. 방유진 선수는 "경기도청과 예선에서 겨뤘던 경기력으로 나서고 싶다. 우리가 예선 때 경기력으로 한다면 깜짝 승리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선전을 예고했다.

물론 학교 생활이 쉽지는 않다. 박한별 선수는 "학교와 컬링장의 거리가 멀어서 힘든 점이 있다. 사실 집도 학교와 멀어서 차비나 생활비 등이 걱정될 때가 많다"면서도, "그래서인지 더욱 유니버시아드도 나가고 싶고, 주니어 대표도 선발되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방유진 선수는 "경일대학교라는 이름으로 나왔으면 우리 학교를 더 알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 계기로 주니어 대표 선발전이나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표 선발전 때는 학교 이름 달고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4강에 올라온 만큼 이번을 시작으로 삼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가 시작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의 도전은 앞으로 두 경기가 남았다. 경북컬링협회, 아니 경일대학교 선수들은 28일 오후 7시 춘천시청과, 29일 오전 11시 강릉시청 '팀 킴'과 일전을 벌인다.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는 유튜브 채널 '컬링한스푼'을 통해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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