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선점에 사활건 미·일·대만… 반도체 패권경쟁 변곡점 되나
반도체 업체들이 2나노 공정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지위가 ‘안보자산’으로 격상하면서 각국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져 국가 경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까지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은 삼성전자와 TSMC의 2파전으로 전개됐다. 7나노 이하 공정 양산에 성공한 회사가 두 곳뿐이어서다. 2나노 경쟁도 두 회사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삼성전자와 같은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한다. 1.4나노 공정은 개발에 착수했으나 구체적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TSMC는 앞선 공정 기술력, 방대한 지식재산권(IP) 생태계 등을 앞세워 2나노 이하 공정에서도 계속 우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만은 TSMC를 ‘실리콘 방패’로 여긴다. TSMC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국가 안보에서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대만 전체가 매달려 2나노 성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 1.4나노 공정에 도달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절박함’도 자리한다. 기술력에서 TSMC를 넘어서지 못하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해서다.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2나노 경쟁을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업력이 TSMC만큼 길지 않다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싸우면 삼성전자에 반격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초에 “파운드리는 TSMC가 우리보다 훨씬 잘한다”면서도 “2나노로 가면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다만 초미세공정 경쟁은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입에 따라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한때 반도체 생산을 아시아에 맡기고 반도체 설계(팹리스)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생산능력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다시 전선에 뛰어들었다. 파운드리 사업을 접었던 인텔은 2021년에 ‘복귀’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2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텔은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24년 상반기에 2나노급인 20옹스트롬(A), 하반기에 18A(1.8나노) 양산 준비를 마치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TSMC나 삼성전자보다 먼저 ‘2나노 벽’을 깨는 것이다.
또한 인텔은 아시아에 편중한 반도체 생산을 분산시킨다는 목표로 미국 유럽연합(EU)과 손을 잡았다. 앞으로 10년간 유럽에 800억 유로를 투자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 EU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공장을 짓는다. 최근 독일 마그데부르크,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에 잇달아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을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도 부활을 노리며 2나노 경쟁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2나노 공정 양산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IBM과 협력하고 있다. 라피더스에는 8개 대기업(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 UFJ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이 70억엔을 출자했고, 일본 정부에서 총 3300억엔을 지원할 예정이다.
라피더스가 2나노 공정에 성공하면 TSMC, 삼성전자, 인텔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3나노 미만 공정에 진입하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양산 성공 여부와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TSMC도 3나노 양산이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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