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병과에 상사 이름도 대라"…중국 비자 발급 '황당' 요구
중국은 비자 발급 시 외국인 입국자의 '군번'까지 요구한다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발언으로 중국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사 결과 실제 중국 비자 신청서에 군번을 적는 란은 없었으나, 병과᛫계급᛫군사특기᛫입대 일자 등 병역 관련 항목과 연봉᛫상사 이름 및 연락처᛫배우자 출생지᛫부모의 직업 및 주소 등 상세한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6일 중국 정부가 스타벅스 등 해외기업에는 개인정보 수집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정작 중국 비자 발급 시엔 신청인의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중국은) 심지어 입국자의 군번까지 요구한다"며 "우리 국민은 중국과 불공정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입국 비자 신청서를 살펴본 결과, 현재 중국의 온라인 비자 신청 절차는 한국보다 단계가 복잡하고, 필요 이상으로 상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중국은 필수 신청 정보와 기본적인 개인정보 등을 포함해 총 10단계, 한국은 2단계였다. 중국 신청서의 직업 관련 항목에는 세후 연봉과 업무 경력을 적는 란도 있다. 입퇴사 연도부터 회사명᛫회사 주소᛫회사 연락처는 물론 본인의 직급과 직책, 그리고 상급자의 성명과 연락처까지 적어내야 한다. 상급자의 개인정보는 이력서에도 잘 쓰지 않는 항목이다.
논란이 됐던 병역 관련 항목에 '군번'을 적는 곳은 없지만 군 복무 국가 또는 지역᛫병과᛫계급᛫군사특기᛫입대 일자᛫제대 일자 등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준군사조직᛫민간경비대᛫유격대᛫반란조직 근무 여부를 묻는 문항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인적 사항도 매우 상세히 적어야 한다. 기혼자는 배우자 정보를, 미혼자나 미성년자는 부모 중 한 사람의 정보를 필수로 기재해야 한다. 부모의 이름᛫국적᛫직업᛫출생 연도᛫집 주소᛫중국 거주 여부 등을 적거나 배우자의 경우는 출생 국가와 도시도 써내야 한다. 비자 신청이 아니라 '호구 조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모든 문항을 다 적어 낼 필요는 없다. 비자 대행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여행 비자의 경우 학력이나 직장 정보를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고, 연봉도 필수 입력 사항이 아니다. 병역 정보도 병과 정도만 적어도 무방하다고 한다. 온라인 비자 신청 양식은 국제 통용이라 군 복무 상황도 나라마다 달라서 사실상 반드시 적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상용 비자의 경우는 직장 관련 문항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비자 받기는 실제로 예전보다 번거로워졌다. 중국이 미국처럼 입국자의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29일부로 신청자는 서류 접수 후 반드시 본인이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2004년 8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의 지문 스캔을 의무화했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훨씬 늘어났다. 비자 대행업체에 의뢰할 경우, 지난 27일 기준으로 일반 발급은 최소 3주 이상에 10~15만 원이고, 특급은 최소 2주에 20~25만 원 정도 소요된다. 빠르면 4~5일 만에도 비자가 나왔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번거로워진 비자 절차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반감은 한국인의 중국 방문 감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올해 1~4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2019년 대비 90% 급감했다. 최근 한᛫중 외교 당국 간 거친 설전과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발언 등으로 커진 반중(反中) 정서도 중국 여행 감소의 큰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중국은 여전히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막고 있고, 교류와 관광 수요도 점차 줄고 있다. 항공사들은 얼마 전 일부 한᛫중 간 노선을 일시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중국의 '반간첩법(방첩법)'은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라 양국 간 민간 교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계정립 않고 왜 성관계 했나"…'황의조 폭로 여성' 저격한 정치권 | 중앙일보
- "필라테스 센터 피해자 800명" 시의원 출마 노예슬 사과, 왜 | 중앙일보
- 군복 입은 '괴물 수비수'...육군훈련소 간 김민재 근황 | 중앙일보
- "행복한 여성 죽이고 싶었다"…일본 흉기난동범, 전철 노린 이유 | 중앙일보
- 자숙한다더니…도연스님, 3주 만에 SNS 등장해 한 말 | 중앙일보
- '까치' 몸에 여자 가슴을? 이현세 웃게 한 드로잉 천재 문하생 | 중앙일보
- 초병 공포탄 쏜 그날…오토바이족들, 총기에 손까지 댔다 | 중앙일보
- “걔넨 우릴 쫓아와야 할 것” 롯데 자극한 정용진의 속셈 | 중앙일보
- 이병진·데니안도 당했다…피해액만 4억, 출연료 떼먹은 엔터 대표 | 중앙일보
- '꽈추형' 냉장고 속 주스 난리났다…PPL보다 나은 '찐 애정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