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숨·소변으로... 작은 암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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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이 간단해지는 미래가 오고 있다.
지금은 암 진단을 받으려면 거의 없는 증상을 예민하게 알아채 병원에 가야 한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진단된 암의 72%는 증상이나 정기 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려운 종류의 암이었고, 38.9%는 1, 2기 정도의 초기 암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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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암 진단을 받으려면 거의 없는 증상을 예민하게 알아채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 가도 명확하게 알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먼저 내시경, CT, X선 조영술 등 다양한 검사로 증상이 있는 부위에 암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한다. 가능성이 커 보이면 실제 피부를 찢고 암이 있을 부위로 기구를 넣어 조직을 떼어내 확인한 뒤, 확진 판정을 한다. 물론 증상이 없는 부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확진은 신중하고 정확해야 하므로 꼭 필요한 절차라고 해도, 앞선 과정은 너무 길고 불편하다. 한 번의 간단한 검사로 어느 부위에 암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증상이 없어도 조기에 암을 발견해 빠르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는 "혈액검사 등 간단하게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특허 등을 받은 연구 성과도 있어 곧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혈액 검사=가장 연구가 많이 된 건 혈액 검사다. 암세포나 암 주변 세포에서 혈액으로 배출한 단백질, DNA 등을 분석해 암을 진단한다. 가천대 길병원 유전체의과학연구소 안성민 교수는 "세포에서 혈액 속으로 들어온 DNA인 cfDNA(cell free DNA)를 분석하는 방법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 세포든 암세포든 모든 세포는 핵 속에 DNA를 담고 있는데, 세포가 죽으면 이 DNA들은 혈액 속으로 배출된다. 이런 DNA를 cfDNA라고 한다. cfDNA를 분석하면 수십 개의 유전자를 알 수 있는데, 그 조합으로 암세포가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생겼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50종 이상의 암을 증상 발현 전에 찾아낼 수 있다고 알려진 미국 생명공학기업 '그레일(Grail)'의 '갈레리(Galleri) 테스트'다. 그레일은 지난 2022년 9월 미국 50세 이상 성인 66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갈레리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실제로 92명에게서 암 양성 반응이 확인됐고, 이들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검사 결과 35명에게 실제 암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진단된 암의 72%는 증상이나 정기 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려운 종류의 암이었고, 38.9%는 1, 2기 정도의 초기 암이었다는 점이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데브 슈렉 박사는 "많은 사례가 표준검사로는 찾을 수 없는 암이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암 환자 해당 검사는 최소 2만 4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하는 파일럿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도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갈레리 테스트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혈액으로 암을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고, 몇 기업은 특허까지 완료했다. 특정 건강검진센터에서는 환자가 비용을 전부 부담해 해당 진단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공선영 교수는 "급여화되려면 보편적인 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아야 해 검토에만 1~2년이 걸린다"며 "5년 내로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흡 검사=호흡으로도 알 수 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생성하는데, 숨 쉴 때마다 이 성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 조지 한나(George Hanna) 교수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호흡검사법을 연구하고 있다. 2017년 암이 있으면 수치가 높아지는 날숨 속 5가지 화학 성분(butyric, pentanoic, hexanic acid, butanal, decanal)을 확인했고, 실제로 3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85% 정확도, 80% 민감도, 81% 특이도로 암이 있는 사람을 골라냈다. 민감도는 실제 암이 있는 사람을 얼마나 맞췄는지, 특이도는 없는 사람을 얼마나 식별했는지를 뜻한다. 검사는 환자가 의료용 주머니에 숨을 내쉬면 특정 휘발성 화합물을 식별할 수 있는 소재가 적용된 스테인드리스 스틸 튜브로 숨이 이동해 화합물이 분석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후 한나 교수팀은 연구를 지속해 암을 식별할 수 있는 화합물 10가지를 더 찾아냈고, 한 번의 호흡 검사로 식도암, 위암, 췌장암, 결장암, 간암 등을 구분·검진해 냈다. 지난 5일엔 2만 명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진행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나 교수는 "이번 최종 임상에 성공한다면 영국 정부 승인을 거쳐 실제로 활용되기까지 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몇 년 안에 호흡만 불어넣으면 되는 암 진단기가 병원에 배치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흡만으로 암을 진단해 내는 기술이 개발됐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은 호흡으로 방출된 암세포 유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탄소막대기로 포집한 후, 해당 물질들을 전기 신호로 바꿔 폐암 유무를 빅데이터로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정확도가 개선된다면 기존 병원 진단 장비보다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해 진단기기의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변 검사=혈액 말고도 대사산물이 포함돼 있고, 우리 몸속에 빠져나가는 액체인 물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소변이다.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굳이 피부를 뚫을 필요도 없어 편의성 높은 검사 방법으로 꼽히지만, 소변 속에는 암인자 농도가 낮아 진단법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지속해서 정확도를 높인 기초 연구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인공지능으로 소변검사 정확도를 높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이관희 박사팀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초고감도 전기신호 기반 바이오센서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 네 가지 암인자와 전립선암인자 사이 상관관계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전립선암 환자를 95.5% 정확도로 진단해 냈다. 단지 전립선암만 진단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매우 최근인 지난 1월엔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팀이 소변에 빛을 쏴 나온 대사체 성분의 광신호를 10억 배 이상 증폭하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단할 수 있을 만큼 암 대사체가 늘어나자, 암 진단 정확도가 확실히 올라갔다. 연구팀이 경희대 의대 환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실험한 결과 전립선암, 췌장암을 99% 정확도로 구분해 냈다. 연구팀은 "센서 생산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이므로 대량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대장암, 폐암 등 진단 가능한 암종을 점차 늘리는 중"이라고 했다.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 실제 소변검사를 도입하는 검진센터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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