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웅제약 균주 도용 재수사 나선다…톡신전쟁 새 국면(종합)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이른바 '톡신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BTX) 균주를 도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22일 대웅제약의 보톡스 원료 기술 유출 의혹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항고나 재항고를 받아 검토한 뒤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때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절차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BTX 균주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직원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2월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기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메디톡스의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불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메디톡스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3월 항고장을 제출했다.

BTX는 보툴리눔 균에서 추출한 맹독 성분이다. 이 독은 단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로도 연구됐다. 다만 극미량의 BTX를 피부밑에 주사로 주입하면 근육의 미세한 마비 효과가 일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를 활용해 주름을 펴는 미용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한다. BTX 제제는 흔히 오리지널 제품명인 ‘보톡스’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을 최초로 상품화한 미국의 제약회사 엘러간이 보톡스라는 상표명을 붙였는데, 상표명이 그대로 굳어져 널리 쓰이게 됐다.

메디톡스는 2016년경부터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퇴사자를 영입하면서 균주를 무단 반출함과 동시에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는 게 메디톡스의 주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BTX 균주를 용인시의 하천변에서 채취했고, 그 기록이 남아있는 등 균주 유래가 확실하다고 반박해왔다.

양측은 형사고소 이외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500억여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3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과 균주 인도, 제품 폐기 등을 명령하면서 메디톡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후 대웅제약이 항소하면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재수사로 검찰의 판단이 달라진다면 현재 양사가 진행 중인 민사소송 2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 후 "서울중앙지검의 광범위한 검찰 수사에서도 균주의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 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서울고검의 재기수사명령 결정을 환영한다"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