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 통했다" 골치아픈 '킥라니' 한 번에 해결한 이 학교
“아파트 입구까지 타고 온 후에 그 자리에 그대로 전동킥보드를 버리고 가는 거죠. 집 앞을 나설 때마다 서너 대씩 길목을 막고 서있는 전동킥보드를 보는 게 일상이 됐어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인도 곳곳에는 전동킥보드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무게가 10kg에 달해 들어서 옮기기도 쉽지 않다.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모(33)씨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을 마친 후 어디에 주차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김씨는 “제가 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 킥보드가 종종 도로 중간에 주차돼 있어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며 “최대한 도로를 피해 주차하겠다는 생각만 했지, 전동킥보드 주차 위치가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길거리 곳곳에 무단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구분돼 전용 주차공간 이외의 인도 위 주차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킥보드를 인도 위에 무단 방치해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무단 주차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를 신고한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154건, 2022년 160건,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51건으로 해마다 급증해왔다. 불편 및 방치 신고 역시 2020년 7건, 2021년 304건 2022년 327건 2023년 현재까지 9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1년 7월 전국 최초로 무단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견인하기 시작한 서울시는 올해 5월까지 총 10만 6521건의 전동킥보드를 견인했다. 킥보드 업체에는 1회 견인마다 견인료 4만원과 30분당 700원의 보관료가 부과됐다. 지난 5월까지 서울시가 업체에 부과한 누적 견인료가 42억원, 보관료는 9억원이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하루에도 킥보드 무단 주차 신고가 서울 전역에서 300건 가까이 온다”고 털어놓았다.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의 고민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1만 5000여대, 전국에서 10만여 대의 전동킥보드를 운영 중인 더스윙은 “전동킥보드로 인해 위험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견인 정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태료가 주차 시설 구축 등에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더스윙은 불법 주정차 킥보드 과태료로 매달 1억 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불법 주차 단속을 통한 견인 방어 비용으로 별도로도 매달 1억원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킥보드 불법주차 문제가 대학가까지 파고들면서 한양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이색 아이디어도 나왔다. 학교 내 특정 계단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A 를 맞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F를 맞는다”는 미신이 통용되는 걸 보고 교양수업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를 학교 측이 채용했다. 킥보드 주차장에 “바로 세우면 A , 대충 세우면 F”라는 문구를 적고 학교 곳곳에 킥보드 주차장을 알리는 식이다.
메시지를 담은 킥보드 주차장은 올해 3월부터 한양대 내부 11곳에 설치됐다. 불법 주차가 줄어들면서 학교 시설팀은 업무 부담을 해소하게 됐다는 게 한양대 측 설명이다. 한양대 측은 “이전에 단순히 주차장만 그려 넣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생겼다”며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넛지식 해법을 찾아낸 사례”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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