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적하면 공정위 나선다…금융‧통신에 학원‧라면까지 조사
정부의 중심 이슈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업계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이후엔 은행‧증권‧보험사와 이동통신 3사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섰고, 최근엔 학원의 과장 광고에 대한 조사까지 예고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담합 여부를 밝히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민생에까지 업무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물가 낮추기? 식품 가격 모니터링
2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식품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라면 등 일부 품목에서 여러 업체가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움직임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제조사를 겨냥해 밀 가격이 내린 만큼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객관적으로 제품 가격이 높은 것에 대해선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유통구조도 면밀히 살펴서 구조적 안정을 취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를 언급하면서 “담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까지 언급한 만큼 공정위 차원에서 움직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니터링을 통해 특정 상품군의 가격을 여러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흐름을 포착할 경우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엔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업계와 연 간담회에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기도 했다.
대통령 언급에 금융·증권·통신 현장조사
금융·통신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선 것 역시 물가 안정과 관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독과점으로 인한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고 시장 효율과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한 이후 공정위가 선봉에 섰다.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와 통신사의 비싼 요금제로 인한 서민 피해가 윤 대통령 발언의 초점이었다.
공정위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대해 두 차례 현장조사를 벌였고, 금융업계 조사 범위를 증권과 보험사로까지 넓혔다. 은행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들의 담합 의혹까지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담합을 통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대출 금리를 높였는지 등이 핵심이다. 보험의 경우 실손보험금 지급 범위를 사전에 업체끼리 합의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정부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다. 최근 현장조사를 받은 기업 관계자는 “현장조사가 들이닥치면 떳떳하다고 생각해도 기업 입장에서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3~4일씩 현장조사를 하면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 의지를 반영해 조사 대상을 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법 위반이 의심되면 조사로 진위를 가리는 것이 공정위 본연의 역할이란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정책 부서와 조사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이후 조사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물가 당국인 것처럼 비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서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학원…대형 입시업체 주시
한편 공정위는 조사 영역을 사교육업계까지 넓혔다. 윤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를 언급한 이후다. 이후 공정위는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 대형 입시학원 위주로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교육부로부터는 관련 신고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입시학원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10여년 만이다. 2013년 명문대 진학률 등을 부풀려 광고한 메가스터디 등 기숙학원을 제재한 바 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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