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0대라 좋다" 만 나이 도입 첫날, 멈칫하게 한 순간
“6학년 형·누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궁금해요.”
“같은 반에서 나이로 놀림이나 차별이 있진 않을까요?”
“할 수 있었던 연령 제한 게임도 못 하게 되나요?”
‘만 나이’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2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 김모(28)씨는 아이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다. “오늘부터 만 나이로 센다”고 알려주자 궁금증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도 서로 생일을 비교하며 “너는 내일부터 11살” “나는 내일부터 12살”을 따져보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초4·초6 자녀를 둔 학부모 차모(45)씨는 “빠른 연생 문화를 모르던 애들인데 같은 반에 여러 나이가 생긴 걸 신기해하더라”고 전했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첫날, 가지각색의 풍경들이 등장했다. 2030은 앞자리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회사원 이모(28)씨는 “한국 나이(세는 나이)로 29살인데 서른을 앞뒀다가 28살로 깎여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유모(32)씨는 “30대 초반 입장에선 앞자리가 안 바뀌어 피부로 와닿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김모(29)씨는 “해외에 나가보면 설명이 필요한 한국 나이가 이상하단 걸 알 수 있다”며 “내년 2월까지 다시 20대라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편하다는 반응도 다수였다. 대학생 최찬희(25)씨는 “생일 초를 만 나이로 할지 세는 나이로 할지 헷갈렸는데 고민이 사라졌다”며 “복잡하게 나이 따지는 문화도 점차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취준생 김모(26)씨는 “재수를 했는데 빠른 연생이라 자주 삼수생으로 오해를 받곤 했다. 따로 해명할 필요가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아직 혼란도 있다. 이날 찾은 서울 서교동의 한 편의점 주인 신모(53)씨는 “아침에 2004년 3월생·10월생 손님 둘이 와서 담배를 달라고 하는데 순간 팔아도 되나 멈칫했다”고 전했다. 술·담배 등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세는 ‘연 나이’가 적용된다. 2004년생이면 구입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19세가 되면 받아야 하는 병역판정검사(신체검사)도 연 나이가 적용된다.
앞으로 법령·계약·공문서 등에 적힌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해석한다. 다만 법령별·업계별 차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이미 만 나이가 기준인 국민연금·정년·취학·선거·민방위·경로우대·촉법소년 연령 등은 변화가 없다. 서울 상도동에 사는 주부 박모(62)씨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늦춰지는 줄 알고 화났는데 오해였다”고 말했다.
‘보험 나이’는 업계 관행상 계약일 기준 생일 6개월이 지났으면 1살 더 많게, 안 지났으면 만 나이로 본다. 가령 1973년 3월 1일생이 올해 1월 1일 보험을 계약했다면 실제로는 만 49세지만 보험 나이는 50세가 된다. 은행·카드사 등은 보통 만 나이를 쓰고 있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 가지 표기법(만 나이·세는 나이·연 나이) 때문에 발생하던 분쟁은 막을 수 있다”며 “처음엔 번거롭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최서인·이찬규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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