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줄줄이 막힐 판"…한국,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변수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탈원전 폐기'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목표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2600억원 규모의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계약을 맺으면서 윤 정부 들어 두 번째 원전 설비 수출이 성사됐다. 2027년까지 5조원 달성을 바라보는 원전 설비가 앞서 나간 가운데,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큰 한국형 원전 수출 계약은 아직 바닥을 다지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 등에 따르면 수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건 폴란드 퐁트누프 프로젝트다. 퐁트누프 화력발전소 부지 등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를 건설하겠다는 민간 중심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한수원과 폴란드전력공사(PGE)·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 간에 협력의향서(LOI)를 맺고 공동사업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타당성 조사 용역계약을 위해 한수원과 폴란드 간의 실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경주에서 열린 국제 행사에 참석한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도 "본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다. 체코 측은 1200MW 이하급 원전 1기(두코바니 5호기)를 새로 짓는다는 계획인데, 총 사업비가 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최초입찰서를 제출하면서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 평가 완료 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 체결이 연이어 이어질 예정이다. 그때까지 치열한 수출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밖엔 한국전력이 지난 1월 튀르키예 정부에 원전 건설 프로젝트 예비제안서를 제출했다.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내용을 두고 논의 중이다. 내년 공동 타당성 조사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면 업무협약(MOU) 체결 등으로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설비 수주에 성공한 루마니아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코스민 기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사장은 27일 체르나보다 3·4호기 건설 재개를 두고 "기술·지역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할 때 한수원도 나중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공기 준수 등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탄탄한 원전 생태계를 내세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높다는 평가다. UAE 바라카 원전 등의 경험도 풍부하다. 해외 발주사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는다.
다만 남은 변수도 있다. 원전 수출은 단순히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막후에서 '외교력'이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정부가 원전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펼쳐진 수출 전선에 미국 등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미국 법원에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을 막아 달라고 제기한 지식재산권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소송을 빌미로 경쟁자인 한수원 등을 견제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 소송 때문에 원전 수출 진행이 줄줄이 막힐 판"이라면서 "다른 것보다 이를 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단독 수출이 제일 좋지만 소송이 길어지면 양쪽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웨스팅하우스에 공동 수주 등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원전 생태계를 위한 새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수출 전략도 신규 원자로만 바라보기보단 설비 개선, 유지·보수 등 3가지 방향을 나눠 병행 추진하는 게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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