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만하는 ‘원안위’…“비공개 간담회 후 국민 브리핑 말라”
비공개 요구 수용하더니 ‘사후 브리핑’까지 말라 조건부 참석 통보
조승래 “여당이면 참석, 야당이면 거절…책임 따져 묻을 것”
장제원 과방위원장, 일방적 운영 방식 지적도
더불어민주당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간의 현안 간담회가 무산됐다. 원안위가 비공개 간담회 및 사후 언론 브리핑 절대 금지를 조건으로 요구한 까닭인데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전 10시 국회에서 (원안위와) 현안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조금 전 (원안위 측에서) 참석하지 않겠다고 최종 통보해 왔다”고 간담회 무산 사실을 전했다.
조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국민의 걱정과 관심이 큰 만큼 원안위를 대상으로 현안 질의를 하고자 한 자리였지만, 방해받고 거부당했다”면서 간담회 무산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초 원안위 측에 간담회를 제안했다. 공개 간담회는 불가하다는 원안위 회신을 받아들여 모두 발언까지만 공개하는 식으로 다시 제안했고, 또 원안위는 간담회 전부 비공개 등을 요구해 이까지 허용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안위는 비공개 간담회 후 공식 언론 브리핑까지 하지 말아야 간담회에 응할 수 있다는 다소 무리한 조건을 다시 꺼내 들었고, 결국 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히자 불참했다.
조승래 의원은 “국회의원 개인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모이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국민을 대신해 부르는 것이고, 또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설명할 책무를 지녔다. 국정원 현안 보고도 보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간사 협의를 통해 브리핑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언론 브리핑을 하지 말라는 요구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상임위 회의가 아니라서 참석 못하겠다는 논리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TF 회의에는 원안위 위원장이 참석해 모두 발언까지 공개했다. 여당은 불러서 간담회를 진행해도 되고, 야당은 안 된다는 새로운 법이 생긴 것이냐”며 “과학적 근거로 검증하고 또 토론하자는 것을 회피하는 원안위 측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민주당이 이번 간담회를 추진한 이유는 과방위원장이 현안 질의를 열어주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의원이 최근 과방위원장으로 온 이후 틀어막고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현안 질의를 통해 의혹과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지만, 사실상 제 역할을 방임하고 있는 셈이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항공청 특별법’ 7월 내 처리를 조건으로 민주당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면 현안질의를 열어주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거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정치평론가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비정상적인 국회 상임위 운영 방식과 원안위의 도를 넘는 요구에 대해 일갈했다.
차 교수는 “국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 관련한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논의해야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중재해야 한다. 지금 상임위도 열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장제원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심으로 ‘야당의 공세의 장’을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의도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잘못된 것은 맞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안위의 언론 브리핑조차 하지 말라는 요구는 선을 넘는 기만행위라고도 지적했다. 차 교수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국회 정보위원회도 회의 이후에는 협의 후 국민께 브리핑하는데 이마저도 무조건 불가하다는 원안위의 요구는 도를 넘었다”며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실컷 물어놓고, 궁금해하는 국민에게 못 듣게 하는 것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인가”라고 반문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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