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휴미라 시밀러 대전…'PBM' 뚫어야 산다
약제목록 등재돼야 처방 가능해
시장 22% 점유 '옵텀Rx'
등재목록에 셀트·에피스 국내사 제외
소식 알려지며 주가 급락하기도
여전히 다른 PBM 등재 가능하고
'고농도' 개발로 승부 전망
약 24조원에 달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미국 시장이 본격적인 개장을 사흘 앞두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가 전쟁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공보험을 통해 정부가 약값을 정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사보험 체제로 민간이 약값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시장에서 PBM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 수준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약국에서 실제로 처방 가능한 약제 목록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공보험 영역에서도 PBM에 이 같은 업무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 모든 의약품이 PBM을 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휴미라와 같은 일부 특수의약품은 PBM 목록에 등재되지 않는 한 사실상 약국 판매가 불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PBM의 목록에 등재되고, 이 중에서도 어느 등급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제품의 성패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미국의 휴미라 PBM 시장은 CVS케어마크(33%)와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 24%),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 산하의 옵텀Rx(OptumRx, 22%) 등 3개 대형 PBM이 약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약제 목록 등재에 성공하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만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갈 수 있다.
현재 지난 1월 가장 먼저 출시된 암젠의 '암제비타' 외에도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알보텍의 '휴킨드라',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화이자의 '아브릴라다', 코헤루스의 '유심리' 등 7종 이상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설 예정이고, 바이오콘의 '훌리오', 프레제니우스카비의 '아이다시오' 등도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인 만큼 이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도 시장 개장을 앞두고 이들 PBM 등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23일(현지시간) 3대 PBM 중 하나인 옵텀Rx는 암제비타에 이어 실테조, 하이리모즈를 자사의 사보험 의약품 목록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 말 옵텀Rx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단 3개 제품만을 해당 목록에 넣겠다고 밝힌 만큼 다른 시밀러 개발사들은 옵텀Rx이 점유하고 있는 사보험 시장에 대해서는 접근이 어려워진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전날 종가 기준 유플라이마를 개발·생산하는 셀트리온은 8.66%, 유플라이마의 해외 판매를 맡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05%씩 주가가 전일 대비 급락했다. 하드리마를 개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00%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1.58% 빠진 것도 이러한 소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그룹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을 공지하면서 "휴밀라 시밀러의 PBM 약가 등재와 관련해 시장의 오해가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현재 유플라이마의 7월 초 론칭을 위해 준비하고 있고, 또한 전체 아달리무맙 시장의 40%를 대상으로 약가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제품의 차별성과 품질 우수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고려해 PBM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BM 등재 싸움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등재는 옵텀의 사보험 영역으로, 옵텀 내에서도 공보험과 사보험의 비중이 약 45%, 55%로 공보험 등재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또한 "PBM의 비 투명한 조직 특성상 추가 등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제품의 등재 기간도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아직 전체 시장 대비 12%가량만이 닫힌 데 불과하고 이마저도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휴미라 시장이 이미 고농도 제형(HCF) 위주로 재편됐다는 점도 반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휴미라는 50㎎/㎖의 저농도 제형과 농도를 높여 약물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인 100㎎/㎖의 HCF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아달리무맙 성분의 85%가 HCF로 저농도 제품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있지만 HCF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더 높다.
이는 암젠이 암제비타를 최초의 PBM 등재 바이오시밀러로 출시했음에도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암제비타는 저농도로만 개발을 마쳤고, HCF는 아직 임상 중이다. 암젠은 HCF 암제비타를 내년 중 시장에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저농도 암제비타는 지난달 미국 내에서 1546건밖에 처방되지 않으며 시장 점유율이 0.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월 662건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큰 파급력을 갖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승인된 아달리무맙 HCF 제품은 오리지널 외에는 하드리마(삼성바이오에피스), 유플라이마(셀트리온), 하이리모즈(산도스) 3개에 불과하다. 이 중 하이리모즈를 제외한 나머지 2개는 국내사 제품이어서 실제 본 게임이 시작되면 국내사들이 반격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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