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엉터리 '괴담'은 '과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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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바꿨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어렵고 낯선 과학으로는 '핵폐수'와 '너나 마셔라' 등의 자극적인 구호를 앞세운 야당의 무차별적인 선동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학교 수준의 과학상식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괴담·억지·횡설수설'이 진짜 '과학'으로 둔갑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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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바꿨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어렵고 낯선 과학으로는 ‘핵폐수’와 ‘너나 마셔라’ 등의 자극적인 구호를 앞세운 야당의 무차별적인 선동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못내 불편했던 ‘과학’ 대신 그동안 익숙했던 ‘먹방’에 전념하겠다고 결정했다. 정치 지도자가 기꺼이 ‘드시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 야당의 억지 선동에 솔깃했던 국민도 안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선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혼란을 ‘과학’의 힘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충분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적 설명이 어렵고 낯설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섣부른 것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국민이 간단한 과학용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모욕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이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학교 수준의 과학상식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괴담·억지·횡설수설’이 진짜 ‘과학’으로 둔갑해버렸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강력한 쿠로시오 해류는 방사성 오염물질을 ‘운반’해준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오히려 해류는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오염물질을 드넓은 태평양의 바닷물에 분산시켜서 흩어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방류수의 삼중수소가 몇 개월 후에 제주도에 ‘흘러온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소가 들어도 웃을 억지인 셈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엉터리 억지·괴담은 모두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의 명예교수가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그런 괴담을 정치적 선동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과 정치평론가들은 예외 없이 ‘명문대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의 권위를 애써 강조한다.
정치와 언론만 혼란에 빠진 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과학적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인문·사회학자의 현실도 황당하다. 실제로 국제기구의 안전성 검증을 믿어야 한다는 ‘보수의 과학’과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진보의 과학’ 중 ‘어느 쪽 과학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부끄러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역사학자도 있다. 그런데 그런 역사학자가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인문·사회학자가 혼란스러운 언론 보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연에서의 객관적 확인을 통해 정립된 현대의 과학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중학교 수준의 과학상식을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발언마저 가볍게 뒤집어버리는 명예교수의 엉터리 억지·괴담을 진보의 과학이라고 잘못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진짜 과학을 전해준 옥스퍼드의 명예교수는 ‘돌팔이’로 전락해버렸다.
상식과 과학에 맞지 않는 억지·괴담으로 어민과 수산업자들을 괴롭히는 자해(自害) 행위를 저지른 엉터리 전문가에게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억지 선동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야당의 정치적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물론 억지 선동에 떠밀려 과학까지 포기해버리고 결국 권위주의 시대의 철 지난 먹방 홍보에 매달리는 정부·여당의 모습도 애처롭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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