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감독도 엉터리였다…'고위직 감축' 이행 안해도 OK
TV조선 재승인심사 조작 의혹만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방통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7년 KBS 재허가 심사 당시 KBS 내 상위직급 비율 감축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했지만, 외려 KBS가 상위직급 비율을 늘렸음에도 감독에 소홀했다. 방통위는 또 용역업체와 수억 원대의 내부 전자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대금을 부당하게 지급했고, 일부 직원은 근무 중 경마장을 찾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7년 12월 재허가 기준점수(650점)에 미달한 KBS에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하며 “과다한 상위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등 정원표를 개정하여 6개월 이내에 제출하고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상위직급은 보직이 있거나 보직을 부여받을 수 있는 KBS 내 간부급 직원을 가리킨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KBS는 약 2년 가까이 관련 사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수차례 더 요구하자 KBS는 2019년 10월 최상위 2개 직급을 폐지하고 보직 부여가 가능한 상위 2개 직급 정원도 별도로 관리하겠다며 개정된 정원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KBS는 당시 방통위에 “고강도 인력 관리로 향후 5년 안에 상위 직급 직원을 400명 이상 감축해 전체 직원의50% 이하로 관리하겠다”며 연도별 목표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KBS가 정원표를 개정하며 최상위 2개 직급 명칭을 폐지한 것은 맞지만, 별개의 새로운 책임직급을 신설해 오히려 과거보다 최상위직급 인원이 늘어나는 현상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하위 직급 정원은 더 줄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방통위가 2020년 KBS로부터 현원 내역을 제출받은 결과 상위직급 비율이 57.4%로 개정된 정원표를 적용하기 전 비율인 56.5%보다 더 높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2020년 12월 회의에서 KBS가 재심사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KBS의 상위직급 비율은 56.8%다. KBS가 방통위에 약속했던 2022년도 목표치 51.6%보다 5.2%포인트 높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3억 원대의 내부 조사심결지원시스템 개발 용역을 발주하며,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추후 무상으로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업체 확약서만 받고 잔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후 업체가 무상으로 약속한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지보수 명목으로 추가 용역도 발주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일부 직원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건강검진 사유로 공가를 낸 뒤 경마장에 출입해 총 109회(약 440여만원)에 걸쳐 경마를 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날 감사 결과엔 지난해 9월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TV조선 재승인심사 조작 의혹 조사 내용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심사 당시 심사점수를 부당하게 사후 수정했고, 재승인 유효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부당 단축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담당 업무를 맡았던 방통위 A국장과 B과장, C재승인심사위원장을 지난 2~3월 각각 구속기소 했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방통위 심사위원 2명은 지난 5월 불구속기소했다. 감사원은 조사 결과에서 A국장과 B과장에 대해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고의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들을 각각 파면 및 해임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한 전 위원장 등 관련자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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