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검증한 미 핵물리학자 "콘크리트로 만들면 방류보다 낫다"
[노광준 기자]
'홍콩 국민의 약 80%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한다'고 지난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한편 22일 일본 어민들을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은 일본 정부가 800억 엔(한화 7280억 원)의 피해보상기금을 조성하고 있음에도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은 '해양투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에 쏠리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지난 2년간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작업에 참여해온 미국 과학자가 거듭 제안하고 있는 '콘크리트화'에 대해 알아본다.
▲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 |
ⓒ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소형원자로(SMR)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핵 물리학자다. 그는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피지, 투발루,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태평양 연안 도서국 포럼(PIF)이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해 구성한 국제 전문가 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2년간 검증 작업에 참여해왔다. 그는 지난 1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검증작업을 이렇게 요약했다.
"탱크 안에 정확히 어떤 오염수가 있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추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페렝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2023년 1월 26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렝 교수는 핵 폐기물의 자국내 처리라는 국제 관행에 맞춰 일본 내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에 역제안했다. 오염수(혹은 처리수)를 콘크리트 만드는 물로 써서 삼중수소를 비롯한 여러 물질을 콘크리트 안에 가둬버리고, 만든 콘크리트는 후쿠시마 일대 해일 방제벽 등 사람과의 접촉은 극히 적지만 꼭 필요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자는 방식이다.
"폐수를 콘크리트로 응고시키는 것은 해양 투기에 비해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그방식은 모든 물을 처리하고 5년 안에 탱크에서 제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는 해양투기에 필요한 30년 이상의 소요 기간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이렇게 하면 삼중수소(탄소-14도)는 삼중수소 베타가 피부에 침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는 선량으로 콘크리트 내부에 갇힌 채로 남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본질적으로 유해한 입자는 콘크리트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며 어떤 가이거 계수기도 이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 페렝 교수 대학 내 기고문, 2023년 6월 16일
페렝 교수는 일본이 약 4000만 톤의 콘크리트를 소비하는데, 미국의 시멘트 사용 패턴에 비춰볼 때 이중 약 1/3은 최소한의 인간 접촉이나 노출이 필요한 구조물 제조에 사용된다고 할 때 오염수 처리 폐수의 상당 부분은 후쿠시마 발전소 부지 자체에서 장벽용 콘크리트, 저장 용기, 방사성 토양 더미 안정화 및 다양한 용도로 필요한 구조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방법은 일본이 국내에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토목 프로젝트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방사성 토양을 재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오염수를 콘크리트 제조에 활용함으로써) 연간 200만 명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보존하는 효과를 갖고,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이 방법은 일본의 다른 국가와의 관계나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본내 어업 종사자들과의 관계에서 일본 정부에 보다 유리함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땠을까? '거절'이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거절사유와 이에 대한 페렝 교수의 재반박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해양투기 사안의 본질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알게 된다.
▲ 도쿄전력 직원이 2023년 6월 26일 월요일 일본 북부 후쿠시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취재진에게 방사능 처리수를 방출하는 데 사용될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교도통신=연합뉴스 |
지난 7일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태평양 제도 포럼 전문가들과의 토론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PIF(태평양제도포럼) 전문가들은 ALPS 처리수를 콘크리트 제조에 사용할 계획을 제안했다. 일본 측은 ALPS 처리수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과거 전문가들이 검토한 바 있으며, 콘크리트 배합 시 발생하는 열이 ALPS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증발시키므로 ALPS 처리수가 포함된 콘크리트는 국내법상 방사성폐기물로서, 현재 저장돼 있는 ALPS 처리수의 질량은 방대하고 희석 후에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상기와 관련해 일본은 제안된 제안이 기술적, 법적 측면에서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 2023년 6월 7일
콘크리트를 배합할 때 발생하는 열로 삼중수소가 증발하고 이는 일본 국내법상 방사성 폐기물에 해당된다는 거절 사유였다.
이에 대해 페렝 교수는 일본의 거절 사유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우선 일본이 거부한 콘크리트화 안은 자신들이 제안한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자신들은 오염처리수보다 부피가 2배가량 더 적은 희석수를 사용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반복적으로 제시했지만 일본 측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023년 6월 20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신화=연합뉴스 |
"일본은 이미 ALPS 처리수보다 훨씬 더 방사능이 강한 인간 접촉이 적은 응용 분야에 오염된 토양을 대량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약간의 창의력으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법적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일본의 NRA(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정의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현재의 (방류)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초래하게 될 다른 나라와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겁니다." - 페렝 교수의 대학 내 기고문, 2023년 6월 16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그런 오염수를 단지 '콘크리트 제조에 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방사성 핵폐기물'이라서 가능하지 않다고 거절하는 걸까. 그런 방사성 핵폐기물을 공해 상에 투기하는 것은?
전례없는 상황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편은 '정체불명 물질에 대한 자국내 처리' 원칙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이 처리 비용 때문에 해양투기를 고집한다면 그 비용, 관련 국가들이 십시일반으로 걷어서 주더라도 '자국내 처리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후쿠시마와 같은 불상사로부터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는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Ferenc Dalnoki-Veress, [Concrete Alternative: A Better Solution for Fukushima's Contaminated Water Than Ocean Dumping], (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 2023년 6월 16일)
- [Dialogue with the Pacific Islands Forum Secretariat and its Experts on the Current Status of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일본외무성 누리집, 2023년 6월7일)
- 천권필, ["후쿠시마 오염수, 콘크리트 만들자" 美핵물리학자 3가지 해법], (중앙일보, 2023년 1월26일)
- 이승준, [홍콩인 80%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반대"], (한겨레, 2023년 6월 25일)
- 김형, [800억 엔 피해 기금 준비한 일본 정부, 오염수 방류 완강히 반대하는 일본 어민], (부산일보, 2023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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