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짜리 빗물 저류시설, 이 폭우에 가동 못하는 황당 이유
28일 남해안 곳곳에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침수피해를 막고자 200억원 이상 들여 만드는 경남 거제시 빗물 저류시설이 부실시공으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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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억짜리 저류시설…반년째 ‘공사 중단’
경남 거제시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는 행정안전부 침수예방사업으로 빗물 저류시설을 설치해왔다. 이 시설은 길이 102m, 폭 54m, 높이 6.6m의 사각형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 형태로 용량은 2만5000t이다. 사업비만 204억원(국비 98억원)이 투입됐다.
이 시설은 지난해 8월 콘크리트 구조물이 완공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상부를 흙으로 덮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내습 이후 내·외부 벽체와 상·하부 바닥, 기둥 등 구조물 곳곳에 2㎝ 내외 균열이 발생하면서다. 이에 거제시는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에 원인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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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내습 후 파손…“시공·설계 등에 전반에 문제”
대한토목학회 진단 결과 등에 따르면 힌남노 당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하수위가 상승해 저류시설 구조물이 물 위로 떠올랐다. 이후 물이 빠지는 과정에서 토사 유출로 지반이 불균등해졌고, 구조물의 특정 부위에 하중이 쏠리자 파손됐다. 대한토목학회는 “보수·보강이 불가피하며, 설계와 시공 단계 등에서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시공 중 구조물이 물 위에 떠오를 것을 대비해 설계도면에 관리해야 할 지하수위 수치가 적혀 있었는데, 그 수치 자체에 오류가 있었고 구조물 부상(浮上·물 위에 떠오름) 방지 공사도 하지 못했다”며 “설계를 검토할 감리사나 시공사가도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시공 단계부터 부상(浮上·물 위에 떠오름)을 방지할 앵커(설치물 고정 장치)를 설치했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당초 설계서에는 앵커 설치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전문가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고 한다. 터파기 공사로 발생한 사토 처리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고려, 해당 흙으로 저류시설 상부를 덮어 부상 현상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성토 전에 태풍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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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접어들었는데…가동도 못 해
이 빗물 저류시설 설치 공사는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진행됐다. 일운면 지역은 2017년 9월 집중호우로 주택 63개 동과 농경지 등이 물에 잠겼다. 2012년 9월 태풍 삼바가 닥쳤을 땐 주택 49동이 침수 피해를 봤다.
올해도 장마철이 되자 주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양태석 거제시의원은 최근 거제시의회 정례회 시정질의에서 “주민은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하다”며 “(이번 여름에) 물난리 한 번 나버리면 다들 뒤통수 맞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빨리 원상복구를 하든 다시 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빗물 저류시설 공사 재개는 기약이 없다. 거제시는 소송을 통해 설계사·시공사·감리사 등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응급 보수공사가 필요하지만, 소송에 대비해 현장을 보존할 필요가 있어 당장 조치를 못 취하고 있다”며 “소송 통해 하자 책임 묻고 구상권 청구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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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전역 많은 비 내려…주택 침수 등 피해 잇따라
한편 장마전선 영향으로 이날 밤사이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남에는 주택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남 전역에 가로수가 넘어지고 도로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총 60건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남해에서는 이동·상동면에서 주택 침수·토사 유출이 발생, 4명이 경로당이나 이웃·친척집으로 대피했다.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진주에서도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김시민대교 부근 도로 3곳이 한때 통제됐다. 통영 광도면 국도77호선(왕복 2차로)에도 토사가 유출, 약 3시간 동안 일부 구간 양방향 소통이 불가능했다.
거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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