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외교부 통합' '김정은 체제 파괴' 주장한 통일부장관?
[김도균 기자]
▲ 2016년 12월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현대사학회 2016년 현안문제 학술 세미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평가와 자국사 교육의 방향'에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오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할 것이라고 알려진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일부와 외교부를 합쳐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장관 임명시, 통일부의 기능이 남북 대화보다는 국제사회를 통한 북한 압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교수는 17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2007년 5월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이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펴낸 <2008 뉴라이트 한국보고서>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자주노선'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자주노선과 동맹노선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말고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주변국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민족공조론 탈피와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 등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핵우산 확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국방예산 증액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적극 추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인 '서울 프로세스' 추진 ▲북한 급변 시 대규모 난민 처리 등을 위한 '북한관리방안' 마련 ▲외교통일부(외교부+통일부) 신설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안했다.
특히 김 교수가 제안한 외교통일부 신설 방안은 실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당시의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를 통합해 외교통일부를 만드는 안은 사실상 통일부를 폐지하는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인수위는 "통일 문제는 주변 국가 및 UN 등 국제기구 등에 대한 대외정책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고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민족 문제를 외교 문제로 접근한다"는 정치권과 시민 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끝에 결국 통합 추진을 철회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통일부를 외교부에 통합하는 아이디어는 김 교수의 평소 지론에서 나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교수는 지난 2006년 7월 4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민족공조론의 덫'에서 "국민의 혈세로 북한을 지원하고서도 우리의 정당한 군사안보 및 인도적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북한 저자세와 눈치 보기에 이제 국민은 신물이 난다"면서 "이런 국민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북한에 계속 일방적으로 퍼 주겠다고 한다면 그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기능 조정과 축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펜앤드마이크> 2019년 3월 19일 칼럼 화면. |
ⓒ 펜앤드마이크 |
김 교수는 "북핵 문제, 김정은 전체주의체제의 파괴가 유일한 해결책"(<펜앤드마이크> 2019년 2월 17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에는 군부 쿠데타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며 "유엔과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속된 제재로 인하여 김정은의 개인 금고가 마르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루마니아 사태처럼 대중집회에서 북한 주민이 김정은에게 야유를 보내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펜앤드마이크> 2019년 3월 19일)고도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이력, 미국 유학 이후 뉴라이트 주축으로
김영호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꼽힌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등학교를 나와 1978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시절 학내 서클활동을 했던 그는 1980년대 중반 사회과학 서적을 출판했던 '도서출판 녹두' 대표를 맡기도 했다. 1987년 4월 소련 공산당 공식 철학서인 <철학교정>을 번역·출판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88년 2월 출옥한 김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버지니아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생활 중 미 국립문서청을 드나들면서 한국현대사에 천착했던 김 교수는 당시 기밀 해제된 구소련 비밀문서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6년 5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동구 공산주의 국가들이 안에서부터 허물어져 가고 있을 때, 나는 한국에서 소련공산당의 공인 철학서나 출판하고 있었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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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대안 역사 교과서 집필... 홍준표 지지 활동도
김영호 교수는 역사교과서 등의 주류적인 역사서술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아래 '대안교과서' 집필을 목표로 출범했던 교과서포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가 정치사 분야를 맡았고, 박효종(윤리교육)·이영훈(경제사) 서울대 교수와 차상철(역사학) 충남대 교수, 전상인(사회학) 한림대 교수가 모임의 주축이었다. 교과서 포럼은 3년여 작업 끝에 지난 2008년 3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발간했다. 김 교수가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안교과서는 기존의 일반적 시각을 뒤집는 기술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안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경도됐다는 비판과 함께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교과서는 "일제의 한국지배를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 체제였다"고 서술하면서도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였다고 규정해 역사학계의 전통적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7월 17일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문을 보면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법관들이 썼다고 보기 어려운 판결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김 교수는 지난 2월 통일부장관 자문기구로 신설된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해왔다.
정치권과도 인연이 깊어 제19대 대통령선거 국면인 2017년 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개발싱크탱크 '글로벌시민포럼' 공동대표를 맡았고, 같은 해 7월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 10월 대선에 나선 홍준표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대학교수 47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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