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52)] 배움을 즐기는, 싱어송라이터 알레프

박정선 2023. 6.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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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Open Sesame' 26일 발매
"매달 신곡 발표...음악 스펙트럼 넓히는 기회"

배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피곤하고 지루한 것으로 여기고, 누군가는 그저 ‘해야 할 일’로 여긴다. 그런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는 그 순간부터 인생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고 말한다. 싱어송라이터 알레프(ALEPH, 이정재)도 매번 새로운 앨범에 배움의 과정과 결과를 담아낸다.


현재 매 달 신곡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 이 곡들 역시 그의 배움의 산물이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조금 투박하거나, 완벽하게 느껴지진 않더라도 늘 새로움에서 오는 신선함이 뒤따른다. 지난 26일 발매된 신곡 ‘오픈 세서미’(Open Sesame) 역시 그의 새로운 배움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박영준

-신곡 ‘오픈 세서미’는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픈 세서미’는 신스와 그루비한 리듬을 베이스로 반복적인 훅을 넣은 어터너티브 알앤비 장르의 곡입니다. 사실 신스팝인지 알앤비인지 장르가 헷갈리긴 해요(웃음).


-이 곡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새로 만난 KIME라는 프로듀서와 이런저런 대화 중 곡에 사용된 비트 초안을 듣게 되었는데 평소 깊게 연구해 보고 싶었던 느낌의 곡이기도 해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세련된 신스팝에 ‘열려라 참깨’라는 가사와 제목을 붙인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열려라 참깨’(Open Sesame)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주문이에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기 보단, ‘열려라 참깨’라는 구절 자체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보통 비트가 먼저 나오는 곡의 경우에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대략적인 방향과 틀을 잡아가는 편인데 처음 멜로디를 짤 때 ‘She tried a spell open sesame’에 맞는 음들이 자연스럽게 나열됐어요. 그 후 ‘열려라 참깨’라는 가사를 넣게 되면서 뭔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분위기를 상상하며 곡을 썼습니다.


-이번 곡은 기존의 서정적인 곡과는 달리 댄서블한 요소를 가미했어요. 원래도 한 가지 색깔에만 한정되어있진 않았는데,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계속 탐구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어느 순간부터 곡을 자주 내게 되면서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씩 곡을 발매하다보니 스스로 작업에 질리지 않도록 만든 장치일 수도 있고요. 제가 만든 음악들은 보컬 톤과 창법 때문인지 장르를 불문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무슨 장르를 해도 알레프 음악 같을 거라면 뭐든 시도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큰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의 보컬이 이런 비트에 얹히면 어떤 느낌이 나올까? 이런 장르의 곡은 어떤 멜로디를 써야 할까? 하는 연구하는 마인드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비교적 가사가 매우 간결해요.


데뷔 초, 가사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아무래도 시적인 은유와 비유를 담은 가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물론 그런 가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작사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덜어내는 법도 배워야 하기에 가사를 줄이는 방법도 자주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번 앨범의 경우 캐치한 리듬을 살리기 위해서는 짧은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간결한 가사가 필수였어요.


-평소 음악의 소재를 어디서 찾는 편인가요?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었는데 이 부분은 저도 정확하게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흥얼거리다 꽂히는 멜로디와 단어를 기준으로 곡이 나오기 때문에 어떤 단어와 음절이 나왔는지에 따라 곡의 소재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단어나 구절이 나오면 흐름에 따라 가사를 쓰는 편이에요. 이번 곡의 소재도 멜로디에 적당한 단어들을 끼워 맞추다 보니 우연히 ‘오픈 세서미’와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를 발음하게 되어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달 신곡을 발매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확실히 매달 곡을 발매한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엔 곡을 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매달 곡을 발매하기 위해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숙지가 되었기 때문에 수월한 면이 있어요. 머슬 메모리가 생긴 것 같달까요. 물론 저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작업량이에요. 매번 다른 장르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제 곁에서 힘써주는 프로듀서들 덕이라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매달 음악을 내는 것이 싱어송라이터 알레프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어떤 이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 역시도 처음 월 발매를 시작했을 땐 생존전략 중 하나였어요. 저와 같은 인디 음악 창작자는 꾸준히 노출될 만한 매개체를 가장 필요로 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음악에 대한 연구로 변화하고 스스로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로 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영준

-다양한 색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알레프의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요?


배우고 있는 음악이지 않을까요? 매번 새로 배우고 표현하는 곡을 발매하기 때문에 마감이 투박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느껴질 수도 있는 음악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음악이기 때문에 더 신선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몇 년 전의 일인데, 경연 프로그램인 엠넷 ‘브레이커스’에 출연하기도 했었죠. 평소 경연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나요?


‘브레이커스’에 출연할 당시에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출연한 상태였어요. 방송 전에 인지하기로는 그저 인디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여서 송캠프처럼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드라마 프로인 줄만 알았는데 1대1 서바이벌 매치였어요. 그저 주어진 기회거니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죠.


-아쉽게 고배를 마셨는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없는지 궁금해요.


아쉬움이 남는다면 당시 제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로 곡을 편곡해 경쟁을 하다 보니 크게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부분인 것 같아요. 원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골방 창작자이기 때문에 경연프로그램에는 다시 나가진 않을 것 같아요(웃음).


-원래 듀오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멤버의 탈퇴로 홀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솔로 활동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음악을 만드는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의지를 하게 되는 장점이 있긴 했어요. 다만 제 성격상 솔로로 활동하는 것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혼자 활동하게 되면서 마인드의 변화도 있었을까요?


처음 솔로로 활동하게 되었을 땐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좌절했어요. 생각보다 깊은 절망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알레프를 듀오로 인식하기에는 듀오로 활동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솔로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건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한국에 와서 음악적 교류를 나누고 서로 도울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기에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음악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음악을 하면서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을 때.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나, 제가 의도하지 않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음악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도움을 받았으니 그들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 잡혀 있었어요.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니 점점 음악이 생활까지 영향에 미치더라고요. 결국 고마운 마음은 잊지 말되 모두를 챙기려는 마음을 내려 놓으니 좀 편해진 것 같아요.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알레프만의 원동력이 있다면?


희망이지 않을까요? 제가 음악을 했을 때 앞으로 펼쳐질 장면들을 기대할 수 있는 것. 또 음악은 저를 닦달하지 않는 것 같아 좋아요. 제가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 영역이라 기복 없이 꾸준히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작년까지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첫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더 깊게 들어가 새롭고 정교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이번 ‘오픈 세서미’도 그 일환인 것 같습니다.


-현재 가장 큰 알레프의 음악적 고민거리가 있따면?


사실 지금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늘 원하는 바가 원하는 때에 음악을 만들고 발매할 수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3년간 꾸준히 발매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저의 음악으로 어떻게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있습니다. 공연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딱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뮤비나 작품 등으로 제 음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알레프의 최종 목표도 궁금해요.


음악이 저의 종착지는 아닐 것 같아요. 음악 외에도 여러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제가 기획하고 창작할 수 있는 부분으로 영역을 넓혀갈 것 같습니다. 음악가로서 본다면 지금의 모습에서 한 층 숙달된 모습으로 소리를 매끄럽게 표현하고 꾸밀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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