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비가 하루만에 쏟아졌다…수증기 폭탄에 남부 물벼락

천권필 2023. 6. 28. 11: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밤 사이 내린 폭우로 28일 광주 광산구 광신대교 밑에 대피 못한 차량이 홀로 서 있다. 뉴스1

27일 오후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장맛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광주광역시 등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이런 극한 강수 현상이 이번 장마철을 포함해 올여름에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정오부터 28일 오전 11시까지 광주시는 283.8㎜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하루(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남부지방 장마철 평균 강수량(348.6㎜)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진 셈이다. 시간당 강수량 역시 최고 54.1㎜를 기록해 기존 6월 기록(44.3㎜)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남 함평은 71.5㎜이라는 기록적인 1시간 강수량을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비가 내렸다.

밤사이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비 피해도 속출했다. 광주와 전남소방본부에는 각각 172건, 85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10시 30분쯤에는 전남 함평군에서는 수리시설 관리원인 60대 여성이 수문을 열기 위해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수증기에 차고 건조한 공기 침투, 방아쇠 됐다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전북 대부분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28일 새벽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바라본 하늘에 번개가 치고 있다. 뉴스1
이렇게 장마 초기부터 남부 지방에 폭포 수준의 비가 쏟아진 원인 중 하나는 한반도에 가득 찬 수증기다.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남쪽으로부터 고온의 수증기가 지난 주말부터 밀려 들어왔고, 그 영향으로 내륙 지역의 습도와 온도가 계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저기압의 후면을 따라 끌려온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침투하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된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정체전선이 수증기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서쪽의 건조한 공기가 침투해 굉장히 강한 불안정이 발생했고, 전라도를 중심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차고 건조한 공기가 수증기를 매우 강한 비로 만든 트리거(방아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29일부터 전국에 강한 장맛비


29일부터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강한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낮부터 밤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29일 오후부터 30일 낮까지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중부지방부터 남하해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전국에 많고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곳이 많은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시간당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집중호우로 분류하는 데, 시간당 강수량이 50㎜ 이상인 매우 강한 비가 내리면 보행자가 안 보이고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다. 또, 비구름대가 갑작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워 침수 등 비 피해를 유발한다.


점점 잦아지는 극한 강수…“빠른 대응 필요”


이런 극한 강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강수량이 50㎜ 이상 기록된 날은 1973~1982년 연평균 12일에서 2013~2022년 21일로 9일(75%)이나 늘었다. 한 번 비가 내릴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이 쏟아진다는 뜻이다.

올여름에는 이런 극한 강수 패턴이 예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상청은 올해 엘니뇨의 발달로 인해 남쪽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올여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 통보관은 “이번 남부지방 집중호우와 같은 강수 패턴은 갑작스럽게 발달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전에는 예측이 어렵다”며 “수 시간 전에라도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