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정경쟁보다 지켜야 할 더 큰 가치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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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 행위를 더 강하게 처벌하려는 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다.
복잡한 내용을 요약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현행 법체계를 벗어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게 반대 이유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의 핵심 중 핵심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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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체계 어긋난다고 그냥 놔둘건가
시장은 안다, 반칙이 남는 장사임을
자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 행위를 더 강하게 처벌하려는 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다. 한국에서 증권범죄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왜 이 법 개정을 가로막는가.
복잡한 내용을 요약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현행 법체계를 벗어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게 반대 이유다. 법을 개정하면서 형식적인 면을 온전히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그렇지 않은 태도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시장은 그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한다.
법원행정처가 부정적 의견을 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29일 다시 회의가 열리지만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법 취지가 크게 훼손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의 핵심 중 핵심 사안이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기다렸다는 듯 법사위 통과를 지연시킨 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오죽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로 달려가 ‘방법을 찾자’며 호소까지 해야 했을까.
개정안은 주가 조작 등 불공정행위로 생긴 부당이익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를 입증하는 책임을 피의자가 지게 한다. 수사기관(검사)에 혐의 입증 책임이 있다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법원행정처는 검토보고서에 밝혔다. 하지만 이 대원칙이 결과적으로 주가 조작 등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로 다루게 된 핵심 요인이라는 게 개정안의 문제의식 아니던가.
현행 법으로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과징금을 매길 수도 없다. 법원행정처는 부당이득액에 대해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에 "책임주의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수적으로 해석했다. 처벌이 가볍다 보니 불공정거래 재범 비율은 일반 범죄보다 훨씬 높은 23%에 달한다. 범죄자들은 ‘감옥 몇 년 갔다 오는 게 남는 장사’라며 현행 법체계와 대원칙을 비웃어왔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에서는 주가 조작 등 범죄에 매우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진다. 현재 주가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심은 시장을 교란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파괴한다. 시장경제 근간을 흔드는 범죄이므로 엄중히 다뤄야 한다는 상식적 판단임과 동시에 튼튼한 자본주의를 수호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다.
국회를 찾은 이복현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사위,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핵심은 우리 제도권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혹은 불변의 법체계 안에서만 제도 개선을 용인하는 소극적 태도를 고수하는지, 어느 쪽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 시장에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대원칙이 그러한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가볍게 다루는 관행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여전히 반칙이 남는 장사임을, 무기력하게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국회가 택해야 할 방향은 큰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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