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독방 수감 중…"거기 있는 게 나을 것"

몬테네그로 구치소, 갱단 폭력 악명 높아
권도형 변호인, 항소 여부 관련엔 말 아껴
빠르면 연내 한국과 미국 중 송환국 결정

몬테네그로 법원에서 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구치소에서 독방 생활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에 따르면 권 대표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최근 가상화폐 전문 언론매체인 DL 뉴스와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구치소에서 독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권 대표는 지난 16일 공판에서 판사에게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며 그의 측근인 한모 씨와 같은 방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에도 독방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디치 변호사는 권 대표와 한 씨가 수감 생활을 잘 견디고 있다고 말하며, 권 대표가 언제부터, 그리고 왜 독방에서 지내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로디치 변호사는 "권도형은 현재 독방에서 지내며, 하루에 두 차례 독방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쐰다"며, "그들은 건강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수감 생활은) 영화와는 다르며 감옥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스푸즈 구치소, 갱단 간 유혈 충돌 잦아

권도형 대표가 수감된 스푸즈 구치소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북서쪽으로 12㎞ 정도 떨어져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스푸즈 구치소에는 올해 초 기준으로 292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380명이 모여 있다.

몬테네그로 현지 인권 단체인 '시민연합'의 법률 고문인 알렉산드라 두바크에 따르면 스푸즈 구치소에는 발칸 반도에서 번성하고 있는 마피아 일당과 살인, 폭탄 설치, 갈취, 마약 밀매에 연루된 자들이 미결수 상태로 대거 수감돼 있다.

두바크는 "교도관들이 라이벌 조직원들을 서로 다른 구역에 수용하고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도소 공간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아 과밀 수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어 두바크는 "스푸즈 구치소는 수년 동안 과밀 문제를 겪고 있는데, 수감자가 독방 생활을 하고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건강이 안 좋거나 심각한 폭력 위험 또는 특별한 요청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푸즈 구치소에서는 갱단 간 알력과 갈등으로 유혈 충돌이 잦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에 DL 뉴스는 권 대표가 독방이 오히려 감사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권도형 송환국, 이르면 연내 결정

권 대표와 한 씨는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돼 기소됐다.

체포 이후 스푸즈 구치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 19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각각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기존 구금 일수를 포함하면 남은 형기는 한 달 남짓이지만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에 필요한 신병 확보를 위해 구금 기간을 6개월 연장하면서 이들은 당분간 스푸즈 구치소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한편, 권 대표를 어디로 송환할지를 두고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 중인 한국과 그를 시세조작 혐의로 기소한 미국이 경합하고 있다.

송환국은 그를 붙잡은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에서 결정하며 범죄의 심각성, 청구 순서, 피의자의 국적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인도 절차를 진행하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권 대표에 대해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기 때문에 빠르면 오는 12월 중순 안으로 국내 송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은 권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되길 바라고 있다. 미국으로 송환돼야 더 중한 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국내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설문한 결과 피해자 중 70%가 '미국 송환'을 바란다고 응답했다. 국내 송환을 바라는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