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안일했다"...강소휘의 이유 있는 자성, 무너진 여자 배구

안희수 2023. 6. 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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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불가리아전에서 수비에 실패한 뒤 아쉬워 하는 강소휘(왼쪽)과 정호영. 사진=VNL 홈페이지

V리그 여자부 대표 스타 플레이어 강소휘(25)가 현실을 직시했다.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강소휘는 지난 27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2023 VNL 3주 차 1차전에 출전, 대표팀 공격수 중 두 번째로 많은 11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세트 스코어 1-3으로 완패하며 이번 VNL 9연패째를 당했다.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주 차 남은 3경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중국·폴란드를 상대한다. 2년 연속 12전 전패 위기에 놓였다. 

강소휘는 2020~21시즌 GS칼텍스의 트레블(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컵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현재 박정아(페저저축은행)와 함께 주축 공격수로 기대받고 있다. 

대표팀의 연패에 책임감을 느낀다. 불가리아전 패전 뒤 만난 그는 “작년에는 (대표팀 주축) 멤버가 많이 교체된 뒤 경기를 치러서 아무것도 모르고 대회에 임했다. 조금 나아진 것은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격차가 너무 커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국내 리그에서 너무 안일하게 배구를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V리그 여자부는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야구를 위협하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선수들의 처우도 좋아졌다. 하지만 김연경이라는 리더가 떠나자, 급격히 민낯을 드러냈다. 

강소휘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체격 차이도 크다. 상대는 대충 해도 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라고도 했다. 힘과 높이 차이는 국제 무대에서 항상 겪은 핸디캡이었다. 

비슷한 조건인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승을 거뒀다. 젊은 선수 육성 시스템, 코칭스태프의 전술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관심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 불가리아전을 찾은 배구팬은 대표팀이 3세트를 따내자, 마치 승리한 것처럼 열광했다. 이번 VNL에서 한 세트도 잡기 어려운 전력이라는 것을 배구팬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매몰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보는 목표 의식은 필요하다. 강소휘가 보여준 자성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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