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요즘 강남 부자들의 질문

2023. 6. 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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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지점 GOLD PB부장

과거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했던 양상이 진화해 최근 지분투자나 가상자산 등으로 다양화됐다. 필자는 강남 지역에서 PB(프라이빗뱅킹) 직무 등으로 약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분들은 '쩐'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이분들이 주로 하는 문의 내용을 정리해봤다. 읽는 분들도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면 감각이 남다르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우선 '엔테크'다. 최근 급락 중인 엔화를 이용한 재테크에 대한 문의가 많다. 작년 달러화를 이용해 수익을 실현했기에 현재 약세인 엔화에 관심이 커졌다. 단순하게 매수, 매도를 통한 환차익 거래라면 환율 동향에 대한 질문이겠지만, 일본의 금리가 '0'이다 보니 국내 엔화 예금 금리도 0이라 단순 환차익 거래보다는 보유했거나 보유할 엔화로 투자할 상품에 대한 내용을 묻곤 한다.

일단 주식에 대해 말씀드린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일본 주식의 주가는 작년부터 날개를 달았다. 일본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기업들에 대부분 1배 미만인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대한 원인 분석, 대응책 발표를 요구했고, 최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식, 특히 사업다각화 중인 종합상사 지분 투자를 발표해 주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며 상승했다. 2023년 이후 외국인 순매수는 7조엔(약 67조원)을 기록할 정도다. 엔저와 저금리가 주가 하락을 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식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는 여러 종목이 분산된 상장지수펀드(ETF)나 공모형펀드로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 일본 주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엔화로 투자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있다.

다음은 채권이다. 일본 채권은 '제로'금리로 일본 국채 투자는 의미가 없다. 엔화로 일본 시장에 상장된 미 국채 ETF에 투자하는 게 낫다. 현재 미 국채와 엔화 모두 고점 대비 낙폭이 과도한 상황이라 저가 매수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엔·달러에 대한 환 리스크는 환 헷지형 ETF로 피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 문의도 있다. 지난해 100엔당 환율이 1000원 밑으로 하락했을 때 도쿄 내 부동산 매입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당시 일본 부동산 매수하셨던 분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더 커 투자에 만족하는 편이다.

타국 통화로 투자 시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하는데 환율이 하락해 그 수익을 차감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진 현 상황에서 연준의 피벗(긴축 중단)시, 양국 간 금리차이 축소 및 이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더(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나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이들)들의 포지션 청산으로 엔화 강세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엔화 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약세 기조는 무역수지 적자, 일본은행(BOJ)의 완화 기조 유지 등으로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환율이 개입되는 상품은 리스크가 큰 편인 만큼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속설계 관련 문의도 있다. 광고 노출도 있고 여러 기관에서 상속 증여 관련된 유튜버 영상, 세미나 등으로 과거 단순한 유언 공증만 고려하던 분들도 유고 시 집행까지 은행이 진행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복잡해진 가족관계나 고령화에 따른 부양 문제 등으로 인한 가족 갈등의 심화가 그 원인이다. 앞으로 더 많은 문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가족분들 중 아픈 손가락인 장애인 관련 신탁도 문의가 꾸준하다. 현재 부양하고 있는 (대부분) 부모님의 사후 남겨질 장애 자녀에 대한 금융지원 서비스를 마련해 줄 수 있어 이 신탁계약에 대해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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