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후 림프부종… 방치 땐 피부 괴사까지"

전종보 기자 2023. 6. 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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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성형외과 심형섭 교수

 

암 환자는 수술 후에도 여러 후유증과 싸워야 한다. ‘림프부종’도 그 중 하나다. 림프부종은 림프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팔·다리가 퉁퉁 붓는 질환으로, 암 수술 외에도 외상, 감염, 선천적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초기엔 다리가 붓는 정도지만, 증상을 방치해 악화되면 피부가 괴사하거나 딱딱하게 섬유화되기도 한다. 최근엔 여러 검사·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증상이 심한 환자도 치료가 가능해졌으며, 환자들 또한 암 수술 후 건강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림프부종 치료에 임하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성형외과 심형섭 교수를 만나 림프부종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성형외과 심형섭 교수 /사진= 신지호 기자
-림프계는 어떤 역할을 하나?
우리 몸에는 크게 세 가지 순환계가 있다. 동맥, 정맥, 그리고 림프계다. 림프관과 림프절, 비장 등 림프기관으로 구성된 림프계는 몸을 순환하면서 영양분, 면역세포 등을 조직으로 운반한다. 림프액은 모세혈관의 얇은 벽을 통해 조직에 스며들어 정맥으로 흡수되거나 모세림프관으로 들어가 림프절로 모이는데, 림프절에는 면역세포들이 있어 림프액이 이곳을 지나면서 손상된 세포, 암세포,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면역기능을 한다.

-림프부종이란?
림프계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으로 순환돼야 하는 림프액이 신체 특정 부분에 쌓이는 질환이다. 림프관이 손상돼 단백질이 풍부한 수분이 간질(間質) 내에 정체되는 것으로, 주로 팔, 다리에 발생하지만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유병률이 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림프부종 진료인원은 2016년 약 1만8000명에서 2020년 약 2만8000명으로 1만명가량 늘었다. 연 평균으로는 약 10%씩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암 수술, 그 중에서도 유방암을 비롯한 부인과 암 수술을 받은 후 이차성 림프부종을 겪는 환자가 많아졌다. 암 진단이 늘고 수술을 받는 환자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 발생 위험이 높은 이유는?
암 세포의 종류가 아닌 위치 때문이다. 수술 과정에서 암세포에 근접한 주요 림프계가 소실되면 해당 부위로 배액이 되지 않으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유방암의 경우 대부분 수술할 때 겨드랑이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는데, 손끝에서 오는 림프액들이 겨드랑이 림프절로 배액되기 때문에 수술 후 이차성 림프부종이 많이 나타난다. 다른 부인과 암 수술 과정에서 사타구니 림프절을 많이 절제한 경우에도 이차성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일차성, 이차성 림프부종은 어떤 차이가 있나?
림프부종은 원인에 따라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일차성 림프부종은 선천적인 원인에 의해 림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FLT4 유전자 변이에 따른 밀로이병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후천적 원인으로 림프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림프부종을 이차성 림프부종이라고 한다. 암 치료를 위해 수술 또는 림프절 절제,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받은 후 이차성 림프부종이 나타날 수 있으며, 외상이나 기생충 감염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일차성 림프부종은 드물게 확인되며, 90% 이상은 이차성 림프부종이다.

-림프부종 고위험군은?
유방암, 피부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 암 치료를 위한 수술과 함께 림프절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방사선 치료로 림프절이 손상된 환자, 종양 자체로 인해 림프관이 막힌 환자 등이다. 이밖에 비만, 만성질환 등 여러 이유로 오랜 기간 운동이 제한된 환자, 화상·외상 후 연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환자, 정맥 질환자 등도 발생 가능성이 높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대부분 통증 없이 사지 말단 부위부터 점진적으로 부종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큰 증상 없이 부기가 잘 안 빠진다고 느끼는 정도다. 시간이 지나 림프부종이 진행되면 다리나 팔을 눌렀을 때 피부가 잘 복원되지 않고, 이상할 정도로 팔·다리가 무겁다. 피부 또한 처음엔 적색으로 변하고 열감이 발생하다가, 만성화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각화증이 심해진다. 반복적인 습진성 피부염, 피부 박탈도 발생하며, 결국엔 피부가 완전히 딱딱해지면서 섬유화된다.

-림프부종이 아니어도 몸이 부을 수 있는데?
부종의 원인은 다양하다. 심장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영양 이상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전신부종은 팔다리에 국한되지 않고 신체가 전반적으로 붓는다. 정맥기능부전, 갑상선기능저하증, 지방부종일 경우 다리나 얼굴, 발목 등이 국소적으로 붓기도 한다. 이들 질환과 림프부종과 감별하기 위해서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암 수술을 비롯해 이차성 림프부종의 원인이 될 만한 병력이 있다면 림프부종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 신지호 기자
-검사·진단 과정은?
기본적으로 부종이 생긴 쪽과 반대쪽 팔 또는 다리 둘레를 측정·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양쪽 둘레가 1cm 이상 차이 나면 림프부종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실시한다. 림프신티그라피 검사가 대표적으로, 림프액이 잘 흐르고 있는지, 어떤 림프관이 막혔는지, 어디서 림프액이 역류하는지 파악하는 영상 검사법이다. 이를 통해 림프부종 진단을 내리고 진행 정도를 판단한다. 이후 높은 해상도로 자세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인도시아닌 그린 림프관 조영술을 실시하거나 스펙트 CT 검사, MRI·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1~3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부종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기만 해도 부종이 호전되거나, 체액만 축적돼 피부가 부드럽고 피부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복원되지 않는 함요부종이 있으면 림프부종 1기로 판단한다. 이보다 악화돼 조직이 섬유화되고 부종, 함요부종이 쉽게 개선되지 않으면 2기, 만성염증을 거쳐 피부가 더욱 두껍고 딱딱해지는 등 섬유화 현상이 심해지거나, 피하 지방조직이 축적돼 변형되면 3기로 본다.

-림프부종도 보존적 치료가 가능한가?
1기에는 부종 부위를 높게 올려주는 거상만으로 진행을 예방하고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2기에도 거상요법과 피부 관리, 림프운동, 림프 마사지, 압박요법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림프계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종 악화, 감염 또한 막을 수 있다. 보존적 치료는 림프부종 수술을 받은 후에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진행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림프부종 진단 후 최소 3~6개월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감염이 확인되면 경과를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림프부종이 상당 부분 진행됐거나 물리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술 시기를 앞당기기도 한다.

-어떤 수술 방법이 있나?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적 치료 방법은 림프 정맥 문합술이다. 림프신티그라피, 림프관 조영술 등을 실시했을 때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림프관들이 남아 있으면 림프 정맥 문합술이 가능하다. 미세수술을 통해 림프부종이 발생한 부위의 림프관을 주변 정상 정맥혈관 또는 세정맥혈관에 연결하는 것으로, 림프액이 정맥으로 배액되면서 림프부종이 개선될 수 있다. 피부를 작게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 또한 빠르다. 수술 후 합병증 위험 역시 낮다.

-림프 정맥 문합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정상적인 림프관이 남아 있지 않으면 혈관화 림프절 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정맥, 혈관망과 림프절이 포함된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병변이 있는 수혜부 혈관에 공여부 혈관을 연결함으로써 혈액순환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차성 림프부종 기수가 높고 정체된 림프액이 지방으로 바뀐 환자의 경우 림프관 정맥 문합술과 혈관화 림프절 이식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을 해도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지방흡입술을 통해 정체된 림프액과 두꺼운 피하지방을 흡입·제거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림프부종이 심해 피부와 피하조직 섬유증이 발생한 경우 여러 단계에 걸쳐 직접 조직을 제거할 수 있으며, 피부를 포함해 부종이 발생한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방법도 있다.

-회복 기간은 얼마나 되나?
병기, 수술 방법, 림프관 기능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 보통 6개월 안에는 효과를 보고, 경과가 좋은 환자는 수술 후 2개월 만에 부기가 수술 전의 절반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기도 한다. 정확한 회복 기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술 별로 더 많은 통계가 필요하다.

-수술 후 재발할 위험은 없는지?
림프 정맥 문합술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림프관 대신 다른 관으로 림프액을 우회시키는 치료법이다. 특정 원인에 의해 우회로들이 또 막힌다면 림프부종이 재발할 수 있다. 림프절 이식술 후에도 조직을 가져온 부분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수술 후 재활·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잘 받아야 한다.

-암 수술 후 또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다만 림프부종 수술들은 대부분 피부 바로 밑에 있는 림프계를 치료하고 심부로 내려가지 않는 수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매우 낮다. 1회 수술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안정성 또한 검증됐다.

-수술 후 주의사항이 있다면?
수술 직후에는 거동을 조심해야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일상적인 활동을 시작·유지해야 새로 연결된 림프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수술 받은 팔, 다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운동범위가 제한되고 관절 통증도 발생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수술 부위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삼가고, 수술 부위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사, 채혈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심한 온도 변화를 유발하는 사우나, 일광욕 또한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누워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 수술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림프부종 치료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는?
수술 외에도 림프부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해 림프관이 없는 부분에 림프관이 생성되도록 하는 연구도 향후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영상 분야에서는 특수 영상이나 초고해상도 초음파를 이용해 림프관을 직접 보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림프부종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염증과 피부 섬유화는 림프부종을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들이다. 괴사가 동반될 수 있으며, 부종으로 인해 조직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림프부종이 장기화될 경우 부종이 진행된 채로 조직이 딱딱하게 굳고,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각화증이 심해지면서 습진성 피부염, 피부 박탈이 발생하기도 한다. 동맥경화처럼 림프관이 경화될 경우 수술 또한 매우 어려워진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과거 림프부종은 치료 방법이 거의 없고 평생 갖고 살아야 되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리치료뿐 아니라 수술적 치료도 많이 발전했으며, 점차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초기 단계에 내원해 치료 효과를 보는 환자들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림프부종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불편함을 느꼈을 때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시기에 진단·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성형외과 심형섭 교수 /사진= 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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