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4-13' 세자르호, 홈팬들 앞에서 9연패
[양형석 기자]
'배구여제'의 현장응원도 한국 여자배구의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첫 경기에서 불가리아에게 세트스코어 1-3(22-25,18-25,26-24,15-25)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 유력한 '1승 제물'로 꼽히던 불가리아에게 오히려 승리를 헌납한 한국은 이번 대회 9연패를 포함해 2021년부터 이어져 온 VNL 대회에서의 연패숫자가 '24'로 늘어났다.
▲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한 김다은은 팀 내 가장 많은 1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
ⓒ 국제배구연맹 |
1승 제물로 삼아야 하는 약체(?) 불가리아
한국은 이번 VNL 대회에서 2주차까지 8경기를 치르면서 25번의 세트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세트 밖에 따내지 못하는 부진 끝에 전패를 당했다. 튀르키예와 브라질에서 최소 1승씩 챙긴 후 안방인 수원에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적립하겠다던 세자르 감독의 구상이 크게 어긋난 것이다. 이제 한국의 목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홈팬들 앞에서 대회 첫 승이자 세자르 감독 부임 후 VNL 대회 첫 승을 거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3주차 첫 상대인 불가리아는 한국의 '1승 제물'로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상대였다. 불가리아는 이번 대회 2주차까지 1승7패로 한국, 크로아티아와 함께 이번 대회 약체로 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역시 16위로 이번 3주차에서 한국이 맞붙을 중국(5위), 폴란드(8위), 도미니카(11위) 중에서 가장 낮다. 한국이 불가리아전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공격력이 좋은 김다은을 아포짓스파이커로 출전시키고 정호영(KGC인삼공사)과 이주아(흥국생명)가 중앙을 지켰다. 한국은 1세트 초반 강소휘(GS칼텍스 KIXX)의 서브득점과 불가리아의 범실을 묶어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20득점 고지를 먼저 밟으며 세트 승리의 기대를 높이던 한국은 1세트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불가리아에게 연속실점을 허용했고 1세트를 22-25로 아쉽게 내주고 말았다.
1세트를 빼앗긴 한국은 2세트에서도 김다은의 공격을 앞세워 세트 중반까지 불가리아와 대등한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의 최대약점으로 꼽히는 높이는 불가리아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트 중반부터 불가리아의 블로킹에 고전하며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세트 후반 김다은의 서브범실과 마리노바에게 공격득점을 허용하며 18-25로 2세트마저 빼앗겼다.
2경기 연속 세트 승리 후 허무한 패배 반복
마지막 세트에 몰린 한국은 3세트에서도 불가리아와 접전을 펼치다가 세트 중반 김다인 세터의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연속 6득점을 올리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불가리아 역시 세트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시 접전을 만들었고 양 팀은 점수를 주고 받으며 경기를 듀스로 끌고갔다. 한국은 24-24에서 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서브득점과 요르다노바의 실책을 묶어 26-24로 3세트를 가져오며 반격을 시작했다.
흔히 배구에서는 두 세트를 먼저 내준 팀이 접전 끝에 3세트를 승리하면 4세트까지 상승흐름을 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세트 승리에 모든 힘을 쏟아낸 한국은 4세트에서 불가리아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 다녔다. 한국은 세트 중반 이후 요르다노바와 마리노바, 토도로바로 이어지는 불가리아의 삼각편대를 막지 못하고 15-25로 4세트를 내주며 홈팬들에게 대회 첫 승을 선물하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 19일 독일과의 2주차 마지막 경기에서도 두 세트를 먼저 내준 후 3세트를 27-25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4세트에서 12-25로 허무하게 무너진 바 있다. 한국은 불가리아전에서도 '3세트 마지막 몸부림 후 허무한 패배'라는 독일전의 패배공식을 반복하고 말았다.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장신의 유럽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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