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박쥐서 사람으로 옮는 새 코로나바이러스 발견됐다

영국 서식 박쥐 16종 바이러스 조사
인간 감염 가능성 있는 바이러스 나와

영국에 서식하는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2종 발견…인간 감염 가능성 있지만, 아직 확률 낮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빈센트 사볼라이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영국에 사는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사람에게 감염돼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변이를 거치면서 새로운 감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영국에 사는 박쥐 17종 중 16종에서 앞으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큰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박쥐의 대변 샘플 48개를 수집해 바이러스의 종류와 유전적인 특징을 조사했다. 그 결과, 9종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박쥐에 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계통을 조사한 결과 2종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이었다. 이 중 1종은 2015년 유행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메르스)과 연관이 있고, 다른 1종은 코로나19를 유발한 사르베코바이러스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지 확인해봤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의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인체 세포에 결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사르베코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간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에 결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아직 결합 효율은 낮아 당장 감염병으로 이어질 확률은 적다고 해석했다.

"당장 감염병 대유행 올 가능성 적지만…예방을 위해 생태계 보전 필요"

사볼라이넨 교수는 "(사르베코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ACE2 단백질이 아주 많은 상황에서만 결합하는 만큼 새롭게 발견된 바이러스가 당장 사람에게 감염돼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코로나19처럼 다른 동물을 중간 숙주로 삼는다면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등과 같이 미지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해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되 정기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사 월리지 영국 박쥐 보존 자선단체 '배트 컨서베이션 트러스트' 보존 책임자는 "야생동물 보호는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보호 활동가와 과학자의 협력이 공중보건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인류 역사에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감염병을 보면 동물에게서 시작해 사람에게 옮겨진 인수공통감염병이 많다. 농경시대에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기르면서 홍역·결핵·천연두 등이 유행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이라고 평가받는 흑사병도 도시에 살던 쥐가 원인이라고 알려졌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환경오염 때문에 야생동물과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느는 것을 지목했다. 사볼라이넨 교수 등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등 자연 생태계 보호를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