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본, 납치자 언급 말라"…북일회담 사실상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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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 요구를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난하며 사실상 북일 정상회담을 거절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납치자 문제를 꺼내지 않아야 일본이 원하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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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자 문제에 "실현 불가능…조건 걸지 말라"
북한에 남은 日 납치 피해자…최소 12명 추정
북한은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 요구를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난하며 사실상 북일 정상회담을 거절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리병덕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로 발표한 '유엔은 주권국가를 모해하는 정치모략선전마당으로 되여서는 안 된다' 제하의 글에서 "일본이 미국, 오스트랄리아, 유럽동맹 등과 야합하여 랍치문제와 관련한 화상토론회라는 것을 유엔무대에서 또다시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영상에 먹칠을 하고 집단적인 압박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적대 세력들의 단말마적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일본이 실현 불가능한 문제(납치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전제조건 없는 일조 수뇌회담'을 희망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일본 당국자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일조 수뇌회담이란 북일 정상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북한이 언급한 '일본 당국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 7일에도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거듭 드러낸 바 있다.
납치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이날 입장에서도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랍치 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의 아량과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해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최종적으로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나아가 식민 지배 역사를 가진 일본이 납치·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난하면서 "아무리 납치 문제를 국제화해보려고 획책해도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납치자 문제를 꺼내지 않아야 일본이 원하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납치자 문제는 역대 일본 정부 차원에서 북일관계에서 가장 큰 중점을 두던 사안으로, 북한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한 것에 가깝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는 17명, 이 가운데 5명은 귀국했다. 일본 측은 나머지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납치자' 기억하는 일본사회…계기는 사라진 소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계기는 '요코타 메구미' 사건이다. 1977년 11월 당시 13세로 일본 니가타현에 살던 메구미양은 하굣길에 사라졌다. 그의 부모는 매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딸을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1997년 탈북자에 의해 메구미양을 비롯한 다수의 일본인 납치자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 밖에도 메구미양을 북한에서 만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린 소녀는 납치 당시 북한으로 향하는 배 안의 화물칸에 40시간 넘게 감금됐으며 손톱이 빠질 정도로 문을 긁으며 부모님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를 처음 인정했고 관련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 메구미양은 북측이 공개한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며, 북한은 그가 1993년 정신병으로 입원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귀국한 납치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1994년까지도 메구미양이 생존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2004년 제2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일본에 전한 메구미양의 유골 역시 DNA 감식 결과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메구미양의 생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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