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녹색평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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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영 기자]
2023년, 한 해의 반절을 넘어 7월 한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중 지난 6월 24일, 종로구의 조계사에서 녹색평론 발간인의 3주기 추모회가 열렸다.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김종철 선생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그 일생과 사상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발족식을 올리는 자리였다.
고 김종철(1947~2020)은 1991년 발간한 녹색평론에 일생을 바쳤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인, 문학평론가, 교수로 지내다가 발간하게 된 격월간 잡지 '녹색평론'에서는 생태계 파괴와 더불어 인간성을 황폐화시키는 근대 산업문명의 근원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 김종철 3주기 추모회 |
ⓒ 홍태영 |
이날 열린 추모회는 총 3부로 나뉘어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1부는 독자들의 만남으로, 초청받은 독자들이 고 김종철 선생의 글을 발췌해 낭독하고 추모, 소감을 나누는 자리였다. 농부, 청소년, 시인, 종교인, 시민운동가, 배우 등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이 글과 소감을 낭독했다.
2부는 김명수 시인의 추모시 낭독(시인의 개인 사정으로 그 첫째 딸이 대신 낭독)을 들은 후,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편집인,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대화가 이어졌다. 고 김종철 선생과 인연이 깊은 두 사람에게서 선생의 생전 모습과 이념, 사상 등을 듣는 시간이었다.
3부는 김종철 연구소의 발족식이 있었다. 선생의 별세 이후 고인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준비해온 부설 '김종철 연구소'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자리였다. 행사의 시간 여건상 간소화되었으나, 김정현 발행인의 발족 보고서로 연구소의 설립 취지를 전달하는 자리로써 역할을 다했다.
"언론사만 있고 '언론'은 없다"라는 말이 공공연한 요즘이다. 자본과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언론의 본역할을 다하는 진정한 '독립언론'이란 없는 것인가. 추모회의 대담 중에서 이문재 시인은 '과장 조금 보태면, 녹색평론은 세계에서 유일한 독립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녹색평론이 어떤 뜻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기에 그런 것일까?
앞서 짧게 소개한 것처럼, 고 김종철 선생이 녹색평론을 출간한 이유는 세상에 대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산업주의적, 자본중심적 사회에서 보다 순환적이고 생태적, 공존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러한 주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발간하였다.
▲ 녹색평론 3주기 추모회 진행순서 |
ⓒ 홍태영 |
녹색평론의 특성상 단순한 수필 형태의 글보다는 강의나 좌담회 형식의 글, 논설문 및 문학적 성격을 띄는 글이 많은 만큼, '공생공락'을 바라며 '경제성장'과 '세계화'에 저항하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채로운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단연 '지역화페'와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경제적 성장논리와 세계화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주장이라 볼 수 있다. 민중을 경제성장의 도구이자 자원으로 보고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이 성장시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기본소득'이고, 세계화보다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게 지역화폐이다. 녹색평론에서 다뤄지는 단골 주제이다.
녹색평론의 이런 주장은 지난 1991년부터 2021년 휴간 전까지 격월로 쉴새 없이 쌓여왔다. 그럼에도 현재의 사회는 이러한 대안들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녹색평론의 주장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의 세상에 순응하고 순종하며 살아갈 것인가? 3주기 추모회에서 모인 수십 남짓의 사람들은 '공생공락'을 진심으로 외치던 김종철 선생을 추억하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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