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체인저스]⑬월드투어로 지구 두바퀴…K팝 영토 넓힌 에이티즈
8만646km. 8인조 보이그룹 ‘에이티즈’가 지난해부터 두 번의 월드투어를 거치며 이동한 거리다. 지구 약 2바퀴(1바퀴 4만km)를 돈 셈이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11개국 30개 도시를 순회했다. 가는 공연장마다 해외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부르는 ‘떼창’으로 호응했다. 멤버별로 5년간 다 쓴 여권만 2~3개 수준이다.
에이티즈는 K팝의 해외 영토를 확장하는 아티스트다. K팝 인기가 비교적 약한 유럽에서 강력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유럽에서 ‘아레나급(1만~2만석)’ 투어가 가능한 가수는 한손에 꼽는다. 그중에 한팀이 에이티즈다. 지난해 K팝 가수 공연 모객 순위도 세븐틴(74만명), NCT(54만명), 블랙핑크(47만명)에 이어 4위(38만명)였다. 미국에서도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최고 2위를 기록하는 등 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조회 수 96%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흔한 외국인 하나 없이 멤버 8명 전부 한국인이며, 한국어로 된 노래로 이룬 결과물이다.
에이티즈는 2013년 문을 연 KQ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KQ는 지난해 매출 463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78%, 57% 성장했다. 공연 매출이 183억원(39.5%)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대부분 엔터사는 매출에서 공연 비중이 많아봐야 20% 수준이다. 티켓파워를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에이티즈 데뷔 당시인 2018년과 비교하면 KQ 직원 숫자는 3배가량 늘어난 70여명이다.
밑바닥부터 시작…발로 뛰었던 신인에이티즈는 KQ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론칭한 아이돌이다. 그야말로 맨땅에서 시작했다. 발로 뛰며 팬을 만났다. 데뷔 초에는 ‘프리허그’ 행사도 벌였고 버스킹도 했다. 대부분 중소엔터사 신인이 그렇듯 음악방송에 격주로 출연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들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한 동작, 1초가 소중했다.
그러나 국내 반응은 크지 않았다. 데뷔 앨범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은 약 5200장이었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스트레이키즈(3만1200장)나 더 보이즈(2만4100장)와 비교하면 낮은 성적표다. KQ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데뷔 4개월만에 ‘해외투어’를 돌기로 결심한 것이다. 신인들이 난립하는 국내에서 성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봤다. 마침 방탄소년단(BTS) 덕분에 K팝이 떠오르던 시기였다.
‘공연장인’ 입소문으로 흥행에이티즈 공연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칼군무와 폭발적인 무대로 관객을 휘어잡는 ‘공연장인’으로 불린다. 가창력으로 대결하는 ‘불후의 명곡’ 최다 우승(4회) 아이돌이라는 이색 타이틀도 갖고 있다. 첫 해외투어 당시인 2019년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북미와 유럽, 호주까지 12개국을 돌았고 객석은 가득 찼다. 공연장도 처음에는 1000석 규모였지만 나중에는 2배 수준으로 늘렸다. 에이티즈는 2020년 미국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뮤지션 5위였다.
KQ는 에이티즈의 실력에 믿음이 있었다. 에이티즈 멤버 중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의 전신) 연습생 출신도 2명 있다. 회사 규모는 작았지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데뷔 전 미국으로 건너가 한 달간 춤을 배우게 했고, 연습실도 여러 차례 확장·이전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줌(zoom)’을 활용한 자체 콘텐츠 생산, XR(확장현실) 온라인 콘서트 등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공연 실력, 밑바닥부터 성장했다는 서사와 함께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가사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룹 이름인 에이티즈가 10대들의 모든 것(A TEEnage Z)라는 뜻이다. 이색 마케팅도 반응이 좋았다. 페도라 분장이나 정성이 담긴 핼러윈 코스프레로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최근 신곡 ‘바운시’ 홍보를 위해 청양고추를 실은 트럭에 녹음된 멤버 목소리를 틀고 돌아다녔다. 바운시 가사에 청양고추가 나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6시 내고향에 출연하기도 했다.
5년만에 앨범 판매 300배 성장에이티즈는 국내, 일본 등 아시아, 북미와 유럽 순으로 진출하는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을 깼다. 해외 인기가 국내로 ‘역수입'됐다. 지난 16일 발매한 미니앨범 9집은 K팝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 역대 15위(152만장)다. 데뷔 앨범 당시 5200여장과 비교하면 292배 수준이다. 국내 공연규모도 올림픽홀(3000석 내외)에서 잠실실내체육관(1만석 내외)으로 커졌다. KQ의 신인 그룹 ‘싸이커스’도 데뷔 2주만에 빌보드 200에서 75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에이티즈의 후배’라는 후광 효과 덕분이다.
신동영 KQ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에는 에이티즈의 첫 아시아 투어와 라틴 아메리카 투어가 있고 특히, 4세대 그룹 최초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며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KQ는 아티스트를 비롯해 이들의 원동력인 팬덤, 그리고 임직원들과 함께 기존 아티스트들의 IP(지식재산권)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며 “음원·음반과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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