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5년]휴대폰 만들던 LG, 자동차도 만들 수 있는 회사로 변신
"대량으로 전기차를 찍어내는 모빌리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대, 전기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 사업을 다 하는 기업이 자동차를 못 만들 이유가 없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LG의 경우 지금은 굳이 자동차를 만들지 않고 부품 사업만 하려 하겠지만, 애플카가 등장해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보편화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자동차 전문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LG가 당장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전기차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엔진인 모터, 디스플레이 등 주요부품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집단이 바로 LG다.
29일은 구광모 LG㈜ 대표가 LG그룹을 이끄는 총수 자리에 오른지 만 5년이 되는 날이다. 5년전 LG의 대표상품은 휴대폰과 가전이었다. 그러나 지금 LG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동차 부품이다. 특히 자동차의 미래라는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LG와 거래해야 하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다. 구 대표 취임 2년차인 2020년 12월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2차전지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25조원,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60% 넘는 성장세가 예상되는 북미시장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삼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건 단독 공장 및 GM JV(합작법인) 1공장을 운영 중이며 GM JV 2, 3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배터리 생산공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북미 지역 내 생산 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인 250~26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LG의 전자계열 '3총사'로 불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분야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넘어설 태세다.
LG전자 내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LG전자는 ▲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충전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에서 EV충전사업담당 조직을 신설한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비차저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지난달엔 집과 사무실은 물론 각종 상업시설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는 7kW(완속), 100kW(급속), 200kW(급속) 등 총 4종의 충전기 제품을 선보였다.
TV 패널을 만들던 LG디스플레이는 이제 차량용 패널도 생산한다. 폴리이미드(PI) 기판 기반의 플렉시블 OLED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적자 경영 상황에서도 차량용 패널 수주는 3조원을 넘어서며 작년 말 대비 20% 성장했다. 향후 3년 내 2배 규모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필름형 익사이터(진동 발생 장치)를 활용한 보이지 않는 차량용 스피커도 개발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 차량용 모터 및 센서, 통신 및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이 책임진다. 주행상황을 인지하는데 필수인 첨단 카메라 모듈과 360도 전방위 감지를 통해 차량 주변 환경을 스캔하는 라이다(LiDAR) 모듈, 차량 내외부 물체의 방향·속도·거리를 탐지하는 레이더(Radar) 같은 센서 제품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LG가 지금 당장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전기차의 뼈대인 플랫폼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세탁기, 냉장고처럼 전기차를 찍어낼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더 커지고 애플카, 구글카, 아마존카 등이 잇달아 등장해 모빌리티 파운드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LG도 (자동차 생산에)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며 "플랫폼의 완성도만 갖춘다면 굉장히 좋은 퀄리티의 차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LG가 당장 전기차를 만들지 않더라도 애플카 출시로 전기차 생산 협업 구도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애플카 출시를 가정한다면 LG그룹 전자계열 3사의 전장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협업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LG그룹은 전기차 핵심부품의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제품을 생산해 납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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