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구원투수 김은경…역대 혁신위 성과는?

박준이 2023.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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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공천 20% 배제' 김상곤 혁신위
주목 받았지만 성과 못낸 최재성 혁신위
김은경 혁신위, 관건은 '공천권'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첫 발을 내디뎠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자 사태를 수습해 민주당을 총선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민주당에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혁신위가 등장했다. 매번 혁신위는 굵직한 개혁 의제들을 갖고 나왔지만, 성적표는 크게 달랐다. 민주당의 역대 혁신위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

2015년 '김상곤 혁신위'

민주당의 역대 혁신위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것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김상곤 혁신위'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 두 달 만에 4·29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 지역구 4곳에서 참패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대표직 퇴진까지 거론되자 문 전 대통령은 계파색이 옅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혁신위를 구성한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했다. 146일간의 활동 기간 11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한 혁신위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사무총장제 폐지 등 파격적인 안을 내건다. 혁신위 해체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김상곤 혁신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혁신안이 제도에 모두 반영됐다는 것이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전권을 보장했기에 가능했다. 11차례 발표한 혁신안을 2번의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에 반영했다. 당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다음해 총선 후 최고위원회도 폐지하기로 했다.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역 의원 중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도 확정했다.

2017년 '최재성 정발위'

2017년 추미애 전 대표 시절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발전위원회가 출범, 공천 혁신이라는 포부를 내세웠다. 당시 시도당위원장들과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추 전 대표가 공천에 개입하려고 한다며 정발위 구성을 반대했다. 정발위는 출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책사로 꼽혔던 최재성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측근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이목이 집중됐다.

4달 간의 활동 끝에 종료한 정발위는 ▲현역 의원 공천 시 경선 의무화 ▲국민심사단 통한 비례대표 후보 선출 ▲당원자치회 도입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및 선거비용 보전 ▲경선 불복 및 탈당자 감점 등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특히 현역 의원에 대해 기존 단수 공천 관행을 벗어나 경선을 의무화한다는 점에서 파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샀고, 권리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당원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게 있도하는 규정도 논란이 됐다. 기존 대의원 위주의 지역위원회 등 정당 조직 기반을 위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재성 혁신안은 당헌당규 개정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정발위 해체 이후 최 전 의원은 "혁신안이 당내 의결과정을 거치면서 훼손됐다"며 거의 모든 항목이 이후 절차에서 일부 수정되거나 제외됐다고 밝혔다.

2020년 '김종민 더혁신위'

2020년 이낙연 전 대표 시절 민주당은 김종민 당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2020더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4월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면서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스마트정당·100년정당'을 내건 더혁신위는 4차에 걸친 혁신회의 끝에 ▲스마트플랫폼 전국정당 구현 ▲전당원 온라인 청원시스템 구축 ▲시군구 지구당 신설 ▲청년민주당 재창 ▲청년 당원 연령 만 45세→39세로 하향 조정 ▲여성 당직 확대 등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비선거국면에서 큰 파급력을 미치지 않았지만, 김종민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 중에는 민주당이 반영한 제도가 많다. 온라인 청원시스템, 청년민주당, 청년 당원 연령 인하 등이다.

2022~2023년 '장경태 혁신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송영길 당대표 시절 20대 대통령 선거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혁신위는 30대 초선인 장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배치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느리다고 지적하면서 혁신위가 구성됐다. 장 위원장은 '조국 사태'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경태 혁신위는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연속 3선 초과 금지 ▲국회의원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 제한 ▲위성정당 창당 방지 ▲청년 후보자 기탁금 인하 등의 7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3선 연임 초과 금지'는 당내 중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다, 이후 이재명 당대표 역시 위헌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장 의원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인 올해 1월에도 혁신위원장으로 재임명된다.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혁신위는 정치개혁·정당혁신 두 분과로 나눠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논의 과정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규정한 '당헌 80조'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혁신위는 전당대회 투표에서의 '대의원 영향력 축소' 등의 방안을 최고위원회에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김은경 혁신위는 순항할 수 있을까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 20일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는 당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의혹' 등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연이은 도덕성 논란이 벌어지면서 당의 전면적 쇄신을 위해 출범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장고 끝에 혁신위원장에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김은경 위원장을 임명하고 외부 인사 5명과 당내 인사 2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현재까지 혁신위는 2차 회의를 진행하면서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당에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최고위는 혁신위의 제안을 존중하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을 밝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가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공천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혁신위 역할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더 크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데다, 당외 인사 위주로 구성된 만큼 공천 제도에 혁신안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천권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공천 룰을 향해 저희가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개혁과 혁신에 필요하겠다는 부분을 들여다보고 국민이 원하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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