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추억의 차’ 꺼내는 車회사들, 이유가 있었다

이용상 2023. 6. 2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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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이 브랜드 헤리티지(유산) 알리기에 한창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에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전환 시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신생 전기차 회사가 갖지 못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기 위해 헤리티지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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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이 브랜드 헤리티지(유산) 알리기에 한창이다. 자동차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틈타 테슬라나 BYD 등 신생 전기차 회사가 급부상하자 이들에겐 없는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현대자동차다. 1974년에 나온 한국 최초의 스포츠카 ‘포니 쿠페 콘셉트’를 49년 만에 복원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의 전설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초청했다. 포니 1세대 세단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포니2 픽업트럭을 고성능차로 개조했다. ‘각 그랜저’라고 불리는 그랜저 1세대 차량도 선보였다. 현대차는 서울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고 있는 ‘포니의 시간’의 전시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전국 순회 전시도 고려 중이다. 기아는 1973년에 탄생한 첫 국산 승용차 ‘브리사’의 복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억의 차량을 계속 복원하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기에 현대차·기아가 과거 도전 경험을 알리기 위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8일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100% 전동화 전환을 선언했다. 이런 급변하는 시기에 브랜드가 오랜 역사를 강조하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며 “옛 차량을 스토리텔링으로 알리면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GM은 산하에 3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GMC는 1900년, 캐딜락은 1902년, 쉐보레는 1922년에 탄생해 모두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녔다. 한국GM은 지난달 서울 강남에 ‘더하우스오브지엠’을 열면서 이곳에 각 브랜드의 오랜 헤리티지를 담았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1962년형 쉐보레 임팔라를 전시했다. 외관 아치형 창문과 격자무늬 패턴도 120년 전 GM의 첫 공장인 ‘팩토리원’에서 착안했다.

페라리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우니베르소 페라리(페라리의 세계)’ 전시회에 페라리의 헤리티지가 담긴 역사적 명차를 선보였다. 벤틀리는 출시 20년이 지난 ‘컨티넨탈 GT’의 역사를 소개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에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롤스로이스가 먼저, 전동화는 그다음(Rolls-Royce First, Electric car Second)”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롤스로이스 고유의 정체성을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전환 시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신생 전기차 회사가 갖지 못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기 위해 헤리티지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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