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시대]프랑스 비혼출산율 60% 넘는다는데…우리는 2%

이지은 2023. 6. 28.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저출산 몸살 앓던 유럽, 반전의 묘수는
사회의 색안경 변화가 인구절벽 넘어설 해법
"비혼출산은 다양한 삶을 포용하는 상징"

편집자주 -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가톨릭 국가들의 비혼 출산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2000년대 전만 해도 10% 안팎에서 멈춰 있는데, 2000년대를 넘어서고 지난 20년 사이 막혔던 둑이 허물어집니다. 가톨릭이 고수하던 전통이 그냥 허물어진 거죠."

지난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의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출산, 어떻게 봐야 하나' 세미나에서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의미 심장한 내용이 언급됐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김영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톨릭이 국교인 유럽 국가들의 비혼출산 증가세를 언급하며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국의 미래도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비혼출산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 사회도 20~30년 후에는 비혼출산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혼출산은 결혼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뜻한다. 과거 우리 사회는 이를 '사생아'로 부르며 배척해 왔다. 출산의 전제를 결혼으로 놓고 이른바 '정상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다 보니 우리 사회 비혼 출산율은 2% 수준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은 42%에 달하고, 프랑스는 비혼 출산율이 60%가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한미연은 건설 중견기업인 한미글로벌이 인구구조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다. 슬로건은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선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정부가 인구문제 해결에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자 기업까지 인구문제 고민에 동참한 것이다.


첫 번째 세미나의 주제는 이민,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비혼출산이다. 이민이 외부 수혈이라면, 비혼출산은 한국사회 내부에서 출산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비혼출산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서 '비혼출산' 동의 여론은 2015년 9.5%에서 2020년 15.4%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5년 조사 항목은 '~해도 괜찮다'는 허용적인 문장이고, 2020년 조사 항목은 '~에 동의한다'는 다소 객관적 문장이었음을 감안해도 아직 국민의 80% 이상이 비혼출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인 사유리씨를 둘러싼 논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정자기증을 받은 그가 미혼인 상태로 아들을 출산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를 둘러싼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이같은 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말 보조생식술 시술 지원 대상을 '난임 부부'로만 한정하는 현행 법률을 개정해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조생식술 등의 출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혼출산지원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비혼출산을 지원하는 것임에도 '사실상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는 의혹의 시선 때문에 기독교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는 이 법안이 "비혼 출산율을 증가시켜 사생아를 급증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5월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혼출산은 현실적 난관을 극복하고 인구절벽을 뛰어넘을 새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사회의 인식 변화가 변수다.


결혼하지 않은 동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사생아'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비혼출산은 일탈이 아닌 평범한 삶의 한 양태로 자리잡을 수 있다. 희망적인 점은 젊은 층의 인식 변화 속도다. 8년 전 8.4%에 불과했던 비혼출산 동의율이 2020년에는 23%까지 올라왔다.


이와 관련한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의 얘기는 경청할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유럽 국가에서 비혼 출산율이 높지만, 결국 그 국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말해서 비혼출산이 늘었기 때문에 출산율이 증가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삶을 포용하는 수준이 높아진 결과가 결국은 이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혼출산은 다양한 삶을 포용하는 상징들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