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마침표 찍나 했더니… ‘패가망신’ 처벌법 줄줄이 멈춰서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꼽았던 주가조작범에 대한 처벌법 처리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면서 여야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법원행정처와 협의에 나섰지만 사실상 6월 임시국회 기간 내 처리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른다. 정확한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불공정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할 정도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여야 합의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법안은 잇따른 주가조작 사건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달 정무위에서는 일명 ‘주식 먹튀 방지법’이 통과됐다. 주요 주주 및 임원이 보유 주식을 3개월에 걸쳐 대량매도(발행 주식의 1% 이상)할 경우 금융당국에 사전 공시하도록 했다. 주가조작범에 대한 계좌 제한과 상장사 임원 선임 불가 내용을 담은 ‘증권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법안 지원에 나섰다.

다만 법사위까지 올라간 첫 번째 법안에 제동이 걸리며 정무위와 금융당국 모두 당황한 모습이다.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일명 ‘금융범죄 부당이득 환수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전체회의를 앞두고 법 조항 곳곳에 우려를 표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다. 행정처는 과징금 상향과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 자진 신고 시 형벌을 감면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에 위임하기보다는 법원 재량에 맡길 것을 제시했다.

가장 견해차가 큰 부분은 ‘입증 책임’ 부분이다. 개정안은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거래로 인한 총수입-거래 비용-3자 개입 등 별도 사정’으로 정했다. 이때 별도 사정은 혐의자가 소명하도록 했다. 그동안 검사에게 엄격하게 적용한 입증 책임을 완화해 부당이득액 책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이득액은 벌금 산정의 기준이 되거나 그 액수에 따라 형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며 “검사에게 증명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 그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전체회의 전까지 법무부 및 법원행정처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6일 오후 국회 법사위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율사 출신인 만큼 조문과 관련된 얘기도 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긴박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사위원실 관계자는 “의원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 2소위원회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회의에는 같은 이름의 법안을 하나씩만 올릴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 합의 처리가 늦어질수록 다른 법안을 처리할 기회도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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