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법사위 축소…여야 바뀌었다고 법안도 '내로남불'

김효성, 윤지원 2023. 6. 28.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충분한 숙고 없이 추진하려고 든다”며 “국민은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결을 시도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할 계획이다.

반면에 민주당 관계자는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여당이 입법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인데 167석 민주당과 6석 정의당 찬성만으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를 채울 수 있다.

다만 노란봉투법은 민주당이 여당이던 지난해 5월 이전까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법안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기 노란봉투법 관련 법안은 민주당·정의당에서 3건 발의됐다. 그마저도 국회 환노위 심사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관료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고 제동을 걸며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민주당 태도가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김현서 디자이너


이런 행태는 민주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역시 유불리에 따라 법안을 추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야가 바뀌면 태도가 돌변한 경우는 또 무엇이 있을까.


①여당이면 발의하는 ‘청문회 신상털이 방지법’


대표적인 사례가 ‘청문회 신상털이 방지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다. 인사청문회를 윤리청문회와 역량청문회로 나누고, 윤리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해 개인정보나 가족신상은 보호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주로 여당이 앞다퉈 발의하곤 했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총 6건의 ‘신상털이 방지법’을 발의했다. 1차 비공개 청문회에서 윤리검증을 하거나(권성동 안), 후보자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은 비공개로 하는(김영우 안) 방안이다.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에서는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6건 발의했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비공개 청문회를 요구하는 안이 줄을 이었다. 홍영표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한 안이 대표적이다.


②법사위 권한 축소법


국회 상임위 중 상원이라는 소리를 듣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한 ‘권한 축소법’도 원내1·2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통상 국회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것이 관례인데 원내1당이 법사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4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법사위원장은 원내2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이상민 의원이었는데 정부·여당의 중점 추진법안을 법사위에 계류시키자 이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2018년 2월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해 민주당 법사위원이 퇴진을 요구한 가운데, 권 의원이 정회를 선언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에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월에는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비슷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이었는데 민주당은 “권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추진 과제를 막기 위해 ‘법안 발목잡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권 의원도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받아쳤다. 두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각각 19·20대 국회 임기만료와 동시에 폐기됐다.


③‘방송법’ 미는 민주, ‘공수처법’ 반대하는 국민의힘


최근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일부를 방송 관련 학회 등에 맡기는 내용이다. 야권은 “공영방송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여권은 “야권의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반대한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의철 KBS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7월 범(汎)야권과 손잡고 비슷한 내용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추진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되자 5년간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테러방지법’도 ‘192시간 필리버스터’까지 하며 반대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은 2020년 ‘코로나19 검사 거부 시 테러로 간주한다’는 테러방지법 개정안까지 냈다.

국민의힘도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2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발의(이재오 의원)했었다. 이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던 김성태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2017년 12월 민주당이 공수처를 추진하자 “절대 반대”를 외쳤다.

김효성·윤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