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땡긴다" 넷플 뒤집은 韓 드라마…의외의 신스틸러 [GO로케]

백종현 2023. 6.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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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배경으로 촬영한 미드 '엑스오 키티'.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한 남산공원이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서울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TV 시리즈가 연이어 전 세계 시청자를 매혹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미국 하이틴 드라마 ‘엑스오, 키티(XO, Kitty)’와 이달 공개된 한국의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액션 드라마 ‘사냥개들’ 이야기다. 두 작품 모두 세계 각국에서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언어부터 등급, 장르까지 전혀 다른 작품이다 보니 서울을 그리는 방식에도 사뭇 차이가 있다. 당연히 공간을 보는 재미가 크다.


서울 곳곳 담은 ‘한국 맛 미드’


'엑스오, 키티' 속 북촌한옥마을(북촌로 11길)의 모습. 한옥마을과 남산 일대 도심을 함께 담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기념사진을 담아가는 장소다. 사진 넷플릭스
‘엑스오, 키티’ 속 서울은 핑크빛이다. 이 시리즈는 미국의 10대 소녀 ‘키티(애나 캐스카트)’가 사랑을 찾아 서울의 국제학교로 전학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익숙한 미국식 하이틴 로맨스라 할 수 있으나 K팝, 한복과 부채춤, 한식 등 드라마 곳곳에 ‘한국 맛’이 배어 있어 보는 맛이 더하다. 한강과 노들섬, 롯데월드타워, 청계천, 신당동 서울중앙시장 등 서울의 대표 관광 명소도 여럿 등장한다. “서울 여행이 버킷리스트에 있다면 놓칠 수 없는 장소가 여럿 있다(美 매체 ‘엘리트데일리’)” 같은 해외 반응이 적지 않은 이유다.
지난 12일 오후 보랏빛으로 물든 반포대교의 모습.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이 보라색이어서 해외 아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다. 연합뉴스
전 세계 연인이 자물쇠를 걸고 가는 남산공원, 한옥마을과 N서울타워를 한눈에 내다보는 북촌 포토존(북촌로 11길), ‘달빛무지개분수’가 여름밤을 수놓는 반포대교는 극 중 키스신의 무대여서 기억에 남는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보랏빛 물줄기에 맞춰 울려 퍼지는 반포대교는 전 세계 ‘아미(BTS 팬덤)’가 성지 순례하듯이 다녀가는 장소기도 하다.

드라마 주 무대로 등장하는 국제학교 ‘KISS(Korean Independent School of Seoul)’는 가상의 학교다. 새 학기 환영 파티가 벌어진 강당 장면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캠퍼스 외관은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연출했다. 도서관은 국립세종도서관의 모습이다. ‘KISS’의 아웃도어 동아리가 운동 삼아 찾았던 학교 뒷산도 알고 보니 수원 팔달산(128m)이었다. 주인공 키티와 친구들이 올랐던 서장대는 수원에서 전망으로 손꼽히는 장소다. 화성행궁에서 넉넉히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수원화성과 시내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다.


여왕도 다녀갔다


1986년 문을 연 '김수사'. 2대를 내려오는 실력 있는 일식집이다. 백종현 기자
‘사냥개들’은 불법 사채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의 목숨 건 혈투를 그린다. 넷플릭스에서 6월 9일 방영을 시작한 액션 시리즈로 공개 2주차(6월 12~18일)에 81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TV(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사냥개들’ 속 서울은 폭력이 난무하는 비정 도시지만, 꿉꿉한 뒷골목과 밤거리만 그리는 건 아니다.

‘피보다 진한 우정’을 강조하는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먹고 마시는 신이다. 밥상머리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끈끈한 관계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사냥개들’의 주인공 무리도 고깃집과 위스키 바 등을 오가며 우정을 키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조력자 황양중(이해영)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후반부 악당 김명길(박성웅)과 혈투가 벌어지는 장소여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지만 안락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곳은 서울에 실재하는 식당이다. ‘김수사’라는 가게로 강남 미식가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일식집이다. ‘사냥개들’에서는 전직 폭력조직의 칼잡이가 회칼을 잡았지만, 실제로는 2대가 손맛을 이어온다. 1986년 문을 열었다.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로 명성 높은데, 점심 코스는 5만원, 저녁 코스는 7만원에 즐길 수 있다. 참치·방어·도미 따위의 회로 시작해 아귀 간, 장어와 감태, 대게, 다진 참치 뱃살 등을 올린 각종 초밥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최상위 객실 '프레지덴셜 스위트'. 넷플릭스 '사냥개들'에서는 재벌 3세의 펜트하우스로, '엑스오, 키티'에서는 교장 선생의 집으로 등장했다.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신스틸러로 맹활약하는 재벌 3세 홍민범(최시원). 그의 으리으리한 집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최상위 객실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촬영했다. 지난해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미국 대통령과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영화배우 톰 크루즈 등이 머문 숙소로 유명하다. 하룻밤 가격은 대략 2000만원. 325㎡(약 98평) 규모로 침실 외에 개인 피트니스 룸과 서재, 드레스룸과 석재로 된 욕조 등을 갖췄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뚫린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남산과 한강 풍경이 탁월하다. 이 전망 좋은 객실은 ‘엑스오, 키티’에서 ‘KISS’의 교장 임지나(김윤진)의 집으로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서울 밖의 장소도 하나 있다. 후반부 습격을 당한 김건우(우도환)와 홍우진(이상이)이 찾았던 외딴 섬은 전남 고흥의 백일도다. 김주환 감독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평온함이 있는 장소였다”면서, “상처를 딛고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고 말했다. 백일도는 고흥반도 북동쪽에 붙은 작은 섬이다. 여자만(고흥과 여수 사이의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이 유독 아름다운데, ‘사냥개들’에도 동트는 바닷가에서 훈련하는 건우와 우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 건우와 우진이 복수를 꿈꾸며 내달렸던 해변은 전남 고흥 백일도에 있다. 여자만의 너른 품에 안겨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사진 넷플릭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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