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기업 메자닌 골라 사들인 증권사… 속내는 ‘편법대출’

이광수,김준희,김혜지 2023. 6. 28. 04: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부 증권사가 결손기업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상품)'을 골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가 처음부터 재매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결손기업 메자닌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 등은 메자닌 인수 조건으로 결손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원금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동시에 수수료를 챙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매각 가능성 고려않고 투자
확실한 원금 보장·수수료 장사
주가 급등땐 콜옵션으로 이익


일부 증권사가 결손기업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상품)’을 골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손기업은 회사 설립 이후 사업을 벌여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더 많은 기업을 뜻한다. 인수한 메자닌을 다시 시장에 재매각해야 하는 일반적인 투자 방식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 때문에 이들 증권사가 투자 용도로서가 아니라 결손기업 대주주와 짠 ‘편법 대출’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6월 27일까지 KH필룩스 세종메디칼 이아이디 등 상장사 45곳의 CB 등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메자닌을 인수했다. 이 중 29곳(64%)의 상장사가 결손기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13곳으로 전체의 28.8%나 차지했다. 문제 기업만 골라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기간 한양증권도 100곳의 상장사 메자닌을 인수했는데 45곳(45%)이 결손기업이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상장사 44곳의 메자닌을 인수했는데 이 중 결손기업은 20곳(44%)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 등 정상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메자닌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가 처음부터 재매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결손기업 메자닌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 등은 메자닌 인수 조건으로 결손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원금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동시에 수수료를 챙겼다. 편법대출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시장에서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들 기업과 증권사와의 관계다.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의 콜옵션을 대주주에 부여해 이익을 챙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메리츠증권은 2022년 1월 2일 의료기기 업체 세종메디칼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하면서 원금의 80%에 달하는 콜옵션을 대주주에게 부여했다. 일반적인 수준(30%)을 훌쩍 넘는다. 추후 주가가 오르게 되면 대주주는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세종메디칼은 메리츠증권 CB 인수 이후 주가 변동성이 높았는데, 최근 주요 경영진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권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하고, 주가 급등에 성공하면 콜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화전기가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의 BW 400억원을 사들인 뒤 꾸준히 주식으로 바꿔 장중 매도했다. 특히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주식으로 바꿔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는 기막힌 매도 타이밍으로 시장의 의심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광수 김준희 김혜지 기자 g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