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달구는 온라인 게임 떴다… 日 ‘발로란트’ 인기 폭발
e스포츠 인구 급증 추세
최근 열린 발로란트 마스터스 결승
참여 인파 몰려 뜨거운 열기
e스포츠계에서 외딴섬 취급받던 일본에서 뜻밖의 새싹이 발아하고 있다. 1인칭 슈팅(FPS) 게임 ‘발로란트’를 즐겨 하는 e스포츠 인구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열도의 발로란트 사랑은 대회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4∼25일 양일간 일본 지바시 소재 마쿠하리 멧세에서 진행된 국제대회 ‘발로란트 마스터스’ 결승전 현장은 여느 프로 스포츠 못지않은 인파가 몰려 여름 초입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후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쿠하리 멧세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때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 곳이다. 매년 화제를 낳는 ‘도쿄 게임쇼’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일본 팀이 지역 예선전 격인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 문턱을 넘지 못해 이번 대회에 불참했지만 일본 팬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유명 해외 게임단이 대회 참가를 위해 대거 일본을 방문한 까닭이다. 섭씨 3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팬들은 매표를 위해 대회장 바깥 길가에 200미터가량을 늘어섰다. 현장 요원에 따르면 발권 대기 시간만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일본은 그간 e스포츠의 갈라파고스로 치부됐다. 기를 못 편 건 온라인 게임이 흥행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일본은 ‘철권’ ‘위닝 일레븐’ 등 비디오 콘솔 게임이 주류로 인기를 얻은 반면 세계적으로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된 ‘스타크래프트’ ‘도타’ 등 온라인 게임은 제대로 연착륙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새 FPS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가 큰 인기를 끌며 ‘총싸움’ 장르에 대한 열도의 잠재력이 확인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발로란트 국제대회에서 일본 팀 제타 디비전이 서양권 강세를 뚫고 언더독 돌풍을 일으키며 바야흐로 일본의 발로란트 e스포츠에 대한 관람 수요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당시 3위로 대회를 마감한 제타는 일본 국영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에 더해 일본 유명 게임 인플루언서들의 관심이 발로란트 ‘붐업’에 크게 일조했다. 스트리머들이 발로란트를 즐겨 플레이하며 이들을 추종하는 시청자들은 고스란히 ‘e스포츠 인구’로 유입됐다. 자연스레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고 e스포츠 직관 문화가 뿌리내렸다.
현재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발로란트 대회 열기가 뜨거운 나라다. 일례로 올해 한국에서 열린 ‘VCT 퍼시픽’에서 제타 경기가 있는 날은 여지없이 일본 팬들이 현장 관객석을 메웠다. 퍼시픽 대회 시청자 기록을 봐도 지난달 21일 제타와 국내 인기 게임단 T1의 대결이 최고 시청자 35만8000명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2~5위 시청자 수 순위에도 모두 제타 경기가 들어간다.
일본에서 열리는 2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도 오프라인 뷰잉 파티가 팀별로 열릴 정도로 팬들의 충성도는 높다. 올해 일본 챌린저스 대회는 64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일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챌린저스 결승전에 이틀 동안 2만6000여명의 구름 관중이 모였다. 일본 e스포츠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또한 지난해 제타가 국제대회 3위를 할 당시 일본은 심야 시간대임에도 동시 시청자 수 41만명을 기록하며 미증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뷰어십 기록은 아시아에서 단연 선두다. FPS 게임이 큰 인기를 끄는 유럽, 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라이엇 게임즈는 일본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싹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국제대회 개최지로 일본을 선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유럽, 북미, 동남아 등 발로란트 프로씬의 강호들이 일제히 일본으로 집결하자 현지 팬들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결승전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매표를 기다린 한 남성 팬은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이 일본에 모여 경기하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야구장에서나 보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25일 결승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상헌 라이엇게임즈 아시아태평양 e스포츠 총괄은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투자를 팬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면서 “일본 팬들의 열정에서 일본 e스포츠의 미래를 본다. 한일전 등 앞으로 일본 e스포츠 성장에 주된 역할을 하도록 많은 것들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바=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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